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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협의회, 2025 신년하례회 및 전체 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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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협의회 2025년 신년하례회 및 전체 임원회가 1월 22일 오전 11시 대명교회(장창수 목사 시무)에서 있었다.
1부 예배는 대표회장 박영만 목사의 인도로 상임회장 김현범 장로가 기도, 서기 신유항 목사가 창 5:28-29 봉독, 목자교회 김보민 청년이 특주했다.
전 총회 서기 고광석 목사가 ‘노아, 수고한 사람들의 안위자’란 제목으로 “노아는 그 당시의 위로자였다. 어지러운 이 세상에서 우리 신자도 세상의 안위자, 위로자가 되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노아의 예배와 기도를 들으시고 세상에 화평을 주시기로 약속하셨다. 우리가 그러해야 한다”고 설교했다.
특별기도
특별기도 순서를 가졌다.
1)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 대구교직자협의회 대표회장 이윤찬 목사 2) 한국교회와 세계복음화를 위하여 - 경북교직자협의회 증경회장 임용택 목사 3) 109회 총회와 대신대, 부산장신대을 위하여 - 부울경교직자협의회 대표회장 권규훈 목사 4) 영남협의회와 영남지역의 교회를 위하여 - 영남,서북교직자협의회 대표회장 이왕욱 목사. 이어 총회장 김종혁 목사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2부 신년 인사는 사무총장 박기준 목사의 사회로 명예회장 김장교 목사가 “복 나무로 사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 남에게 감동을 주자”고 신년인사했다.
격려사
증경총회장 배광식 목사가 “어지러운 때 국가를 지키는 교회가 되자”고, 증경부총회장 김성태 장로가 “영남협이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부흥하기 바란다”고, 기독신문이사장 장재덕 목사가 “올 한 해 강건하시기를 바라며 맡은 바 각자의 사명을 잘 감당하기를 바란다”고 격려사 했다.
축사
상임지도위원 강태구 목사가 “올 한 해 영육의 복이 있기를 바라며 하나님께서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상임지도위원 동현명 장로가 “올 한 해 기도마다 응답받는 은혜가 있기를 바란다”고 축사했다.
하례인사
총회 임원, 상임 고문 및 지도위원, 영남 33개 노회 노회장, 4개 협의회(대구, 경북, 부울경, 영남 서북), 영남지역 장로회가 하례인사 후 상임총무 임병만 목사가 광고했다.
3부 회의는 대표회장 박영만 목사의 사회로 차기회장 예동열 목사가 회무기도, 서기 신유항 목사가 회원출석 보고해 개회했다.
안건토의
1) 서기 신유항 목사가 조직보고 2) 상임총무 임병만 목사가 사업계획 3) 회계 임성원 장로가 예산계획 4) 기타
상임회장 김성환 목사가 폐회 및 오찬기도로 모든 순서를 마무리하고 애찬을 나누며 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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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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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콕】 위임받는 목사에게 주는 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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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콕”은 취재 현장에서 내 마음(心)에 콕 박힌 것에 대한 기사이다〕.
지난 12월 28일 성남제일교회에서 홍정기 목사의 원로목사 추대 및 천동원 담임목사의 위임 감사예배가 있었다.
이때 증경노회장 김재호 목사가 위임목사 권면했는데 심콕했다. 김 목사는 “첫째,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성도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은혜를 끼치며 말씀으로 하나님의 교회를 세워나가라. 둘째, 원칙과 기준이 있는 목회를 해야 한다. 성경, 헌법, 노회 규칙, 교회 정관을 무시로 살펴서 원칙과 기준이 있는 목회를 하라. 셋째, 관계 맺기를 잘하기 바란다. 먼저 성도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바란다. 또한 목사의 소속은 당회가 아닌 노회이기에 노회원들과 좋은 관계를 갖기 바란다. 노회에서 성남제일교회로 파송시킨 것이다. 노회의 선배, 동료, 후배들과 좋은 관계를 맺기 바란다”라고 했다.
3분 남짓한 시간에 위임목사에게 필요한 내용을 잘 전해 20년 전 내 위임식 때를 떠올렸다. 세월이 흘러 뭐라고 권면 받았는지 기억을 못 하지만 이 권면은 위임받는 목사에게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수십 년 목회하고 있는 선배의 충언이기에 마음에 잘 새길 필요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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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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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콕】 축사는 이렇게 - 축사의 달인 정채혁 · 이해중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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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心콕”은 취재 현장에서 내 마음(心)에 콕 박힌 것에 대한 기사이다〕.
지난 1월 18일 오후 3시 중서울노회장로회 제31회 정기총회가 구리시 안골로에 소재한 돌다리교회에서 열려 신현철 장로가 명예회장으로, 전창완 장로가 회장으로, 이옥섭 장로가 제1부회장(수석부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날 정채혁 장로(전국장로회연합회 증경회장)와 이해중 장로(서울서북지역장로회 연합회 회장, 전국장로회연합회 수석부회장)가 축사했다. 정채혁 장로는 전국장로회 회장 홍석환 장로를 대신한 것이다. 그런데 순서에 착오가 생겨 이해중 장로가 먼저 축사하고 정채혁 장로가 이어서 했다.
이날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두 분을 축사의 달인이라고 생각했다. 너무나 잘했기 때문이다. 행사 취재를 가면 축사, 격려사 등 순서가 있는데 대부분 순서자가 많아 수박 겉핥기식이거나, 행사와 상관없는 발언, 시간 초과 등 별일이 많다. 그런데 이날은 노회장로회 정기총회로 순서가 많지 않고 축사도 2명이었기에 각 5분여간 넉넉히 축사할 수 있었다.
먼저 이해중 장로의 축사를 보면 초청해 준 것에 대한 감사, 다른 사람에 대한 칭찬, 불러준 기관과의 친밀한 관계 언급, 초청 기관에 있는 연관된 분들에 대한 언급, 초청 기관이 잘 되기를 격려, 본인이 속한 기관과 초청한 기관의 협력 관계 강조, 초청 기관 주요 인물에 대한 칭찬(전임 회장, 신임 회장) 등이 있었다. 5분 동안 막힘없이 내용 있는 축사를 했다.
이어 축사를 한 정채혁 장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축사의 달인이다. 대타로, 두번째로 축사해야 하는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차게 했다. 설교자의 설교에 대한 칭찬, 초청 기관에 대한 칭찬과 인정, 초청 기관 회원 칭찬, 초청 기관의 발전 기원, 초청 기관 주요 인물에 대한 칭찬(전임 회장, 신임 회장) 등 시종 여유 있게 축사했다. 보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르다. 남 앞에서 발언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 정채혁 장로가 축사나 격려사를 하는 것을 보면 늘 여유 있게 내용을 담아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짧은 시간에 축사를 해야 한다면 1-2분 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두 장로처럼 5분여 정도 여유 있게 할 수 없다. 상황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순서 많은 집회에 길게 발언해 봤자 좋은 소리 듣지 못한다. 그때는 짧게 하는 것이 더 호응이 좋다.
축사나 격려사를 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장단점을 통해 배우는 게 필요하다. 이날 정채혁 장로와 이해중 장로의 축사는 여러 가지로 배울 점이 많아 심콕했다. 진정 우리 교단의 축사의 달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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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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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특별편목교육, 총신대에서 개강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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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주관 특별편목교육 개강예배가 1월 20일 오전 11시 총신대학교 종합관 백남조기념홀에서 있었다.
1부 예배는 임병재 목사(편목과정소위원회 위원장)의 인도로 김형곤 장로(총회 장로부총회장)가 기도, 전원일 목사(편목과정소위원회 위원)가 겔 36:26~28을 봉독했다.
김종혁목사(총회장)가 ‘새 영과 새 마음’이란 제목으로 “편목과정을 통해 본 교단에서 새롭게 사역을 잘 감당하시기를 바란다. 총신의 개혁주의 신앙을 잘 전수하길 바란다. 하나님은 불법한 이스라엘 백성들을 징계하셨지만, 저들에게 새로운 마음을 주시겠다고 하셨다. 이스라엘이 부패할 때 지도자들은 더 큰 징계를 당했고 나라는 망해 포로로 끌려갔다. 이때 자신들의 죄를 깨달은 백성들에게 에스겔은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영적 부흥과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포함하는 것이다. 새출발을 기대하고 모인 여러분들 모두 새 영과 새 마음으로 충만하기를 바란다. 또한 편목을 시작하며 개혁신앙으로 무장하기를 바란다. 우리 총회는 개혁신앙을 붙들고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 이 수업 기간을 통해 개혁신학으로 무장하기를 바란다.그리고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인정하기를 바란다. 하나님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끝으로 장자 총회의 자부심을 갖기 바란다. 복음으로 무장해 품격 있는 총회를 만드는 데 동참해 주기 바란다. 이를 위해 새 마음과 새 영으로 무장하자. 편목 과정은 사역자로서의 새로운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준비하는 기간이다”라고 설교했다.
김종철 목사(편목과정소위원회 서기)의 광고 후 장봉생 목사(총회 목사부총회장)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축사
2부 오리엔테이션은 황선우 교수(총신대 평생교육원장)의 사회로 박성규 박사(총신대학교 총장)가 “총회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일치된 개혁신학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교리적 중요성이 필요하다. 우리 교단은 개혁신학이다. 이 기간 개혁신학을 잘 배울 수 있기 바란다”라고 환영사, 박용규 목사(총회 총무)가 “개혁신학의 요람인 총신에서 수업받게 된 것을 축하드린다. 새로운 개혁신학의 지평을 넓혀 가기 바란다”라고 격려사, 황재열 목사(편목과정소위원회 부위원장)가 “이 자리에 오신 것을 축하드린다. 성령을 받은 후 제자들은 굳건해졌다. 총신에서 보수신학을 잘 배워 목회가 더 잘 되고, 좋은 교수를 통해 많이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이민호 장로(총회 회계)가 “이 기회를 통해 새로운 여정이 열려지기를 바라며 귀한 사역자들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축사했다. 이어 황선우 교수(평생교육원장)가 편목수업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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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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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기독교연합회, 회장 이·취임 감사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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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기독교연합회 회장 이·취임 감사예배가 1월 19일 오후 4시 미사강변우리들교회(김기제 목사 시무)에서 열려 35대 회장 이창수 목사가 이임하고, 36대 회장 김기제 목사가 취임했다.
이창수 목사가 “1년 동안 협력해 주셔서 잘 감당해 감사했다. 김기제 목사께서 잘하실 것이라고 믿고 감사하다”라고 이임사 했다.
김기제 목사가 “자기 할 일은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나님의 은혜로 회장이 됐다. 교회가 교회 되는 일에 힘쓰는 한 해가 되기 위해 모여 찬송하며 기도하는 일에 힘쓰고자 한다.또한 하남시 교회 동반 성장하는 데도 힘쓰겠다”라고 취임사 했다.
1부 예배는 수석부회장 김문희 목사의 인도로 장로수석부회장 박원규 장로가 기도, 서기 정현기 목사가 요 1:1-6을 봉독 후 미사강변우리들교회 찬양대가 찬양했다.
서울장신대학교 한홍신 총장이 ‘내가 할 일을 아는 사람’이란 제목으로 “세례 요한은 자기가 할 일을 분명히 알고 빛이 아니라 빛을 증거하는 자라고 고백했다. 자신의 사명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예수 중심으로 살아야 한다. 그때 세상은 변하게 될 것이다”라고 설교했다.
감사패 증정
2부 회장 이·취임식은 회장 김기제 목사가 이임회장 이창수 목사, 임원들(최종만 장로, 김종만 목사, 최돈규 장로)에게 감사패 증정, 연합회기를 전달했다.
회장 김기제 목사가 신임원 소개, 영상 축사, 미사강변우리들교회 청년회가 축하공연, 미사강변우리들교회 이성령 청년이 해금 연주했다.
축사 및 격려사
역대회장 장학봉 목사가 “우리들교회 여러분의 담임목사가 회장이 된 것을 축하드리고, 하남시 교회들이 복을 누릴 것이기에 축하드린다”고, 대신총회부총회장 정정인 목사가 “나이스하고 젠틀하신 김기제 목사가 회장이 되어 축하드린다. 하나님의 뜻을 이뤄드리는 큰 일 감당하시기 바란다”고, 전 의정부기독교연합회 회장 최태협 목사가 ‘하기연’으로 삼행시로 격려하고, 이현재 하남 시장이 “작년 이창수 회장님 때 미사역에 크리스마스트리를 점등했다. 김기제 회장님께서 강한 리더십으로 많은 일 감당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하남시가 많이 발전하는데 함께 하시기를 바란다”라고 축사 및 격려사 했다.
회장 김기제 목사가 내빈 소개, 하나님교회동반성장TF수석 곽선근 목사가 사역 소개, 대외총무 안성일 목사가 광고 후 역대회장 정승희 목사의 축도로 예배를 마치고 애찬을 나누며 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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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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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서울노회장로회 정기총회, 전창완 장로 회장·이옥섭 장로 제1부회장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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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서울노회장로회 제31회 정기총회가 1월 18일 오후 3시 구리시 안골로에 소재한 돌다리교회(김정현 목사 시무)에서 열려 전창완 장로를 회장으로, 이옥섭 장로를 제1부회장(수석부회장)으로 선출하고 회무를 처리했다.
명예회장 신현철 장로가 “한 회기를 감당케 하신 하나님과 협력해 주신 모든 회원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인사말했다.
신임회장 전창완 장로가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일 년 동안 장로회를 섬길 때 항상 하나님의 영광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모든 일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이 여기 계신 우리 모든 장로님의 뜻을 가장 받드는 길이라 생각됩니다. 아무쪼록 많은 기도와 지도 편달을 부탁드립니다”라고 인사말했다.
개회예배는 제1부회장 전창완 장로의 인도로 제2부회장 이옥섭 장로가 기도, 회원관리차장 김만석 장로가 골 3: 1-11을 봉독 후 돌다리교회 글로리아남성중창단이 특송했다.
중서울노회 부노회장 최문진 목사가 '재활훈련을 잘하고 계십니까?'란 제목으로 “구원의 정점은 부활이며 부활은 신자의 가장 큰 소망이다. 구원해 하나님의 거룩한 자로 만드는 것이 구원의 본질이기에 날마다 하나님의 거룩한 성품에 동참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단한 영적 훈련이 필요하다(갈 6:16-). 영적재활의 훈련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유업으로 받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수님의 은혜와 능력으로 다시 거듭나며 영적으로 훈련해야 한다. 첫째, 생각의 훈련을 해야 한다. 육신이 아니라 영의 일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가 중요하다. 사단에게 지배당하지 않도록 부단히 생각의 훈련을 해야 한다. 둘째, 삶을 훈련해야 한다. 생각을 넘어 삶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 땅에 있는 지체를 죽여야 한다(갈 5:17-21). 죄악된 세상에서 피 흘리기까지 싸워야 한다. 이때 하나님의 도우심이 있어야 한다”라고 설교했다.
축사
전국장로회연합회 증경회장 정채혁 장로가 “귀한 설교를 들어 감사하다. 중서울노회는 중요한 노회이다. 중서울노회 정찬홍 장로님은 귀한 분이시다. 앞으로 서울서북노회협의회에서도 중요한 일을 감당하시기를 바란다. 신현철 장로님 수고 많으셨고, 전창완 장로님께서도 잘 감당하시리라 믿는다”라고, 서울서북지역장로회연합회 회장 이해중 장로가 “오고 싶었던 돌다리교회에 와서 감사하고 와 보니 아는 장로님들이 많이 계셔서 반갑다. 저의 여러 선거에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중서울노회에서 서북서북지역장로회협의회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바란다. 회장으로 장로연합회가 본질에 충실한 장로회 모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각자 교회에서 잘하시고 연합회 활동도 잘하시기를 바란다. 큰 부흥 있기를 바란다”라고 축사했다.
회계 장윤성 장로가 헌금기도, 총무 서희원 장로가 광고 후 돌다리교회 김정현 담임목사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업무 보고
총회는 회장 신현철 장로의 사회로 신임회장 전창완 장로의 부친 8대 증경회장 전병순 장로가 개회기도 후 서기 노용호 장로가 15개 교회 39명이 참석한 것을 보고하여 개회하고 신입회원을 환영했다. 이어 회의록서기 이상두 장로가 전회의록 낭독, 총무 서희원 장로가 사업 보고, 감사 송병운 장로가 감사보고, 회계 장윤성 장로가 회계보고 후 “제1부회장을 수석부회장으로 명칭 변경하는 것으로” 회칙 개정하기로 했다.
제12대 증경회장 박성복 장로가 임원개선 기도, 제31대 증경회장 김성수 장로가 임원개선 결과 발표 후 임원개선, 신구 임원 교체, 의사봉 전달, 직전 회장에게 공로패 증정, 신임회장 가족 소개, 안건 토의했다.
잔무는 신임원에게 맡기기로 하고 돌다리교회 당회원들을 소개 후 제27대 증경회장 박상준 장로의 폐회기도로 은혜롭게 정기총회를 마무리하고 교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애찬을 나누며 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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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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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나눔재단, 작전은혜교회에서 인천 계양 3지부 설립 및 사랑의 쌀독 발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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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구촌나눔재단 인천 계양 3지부 설립 및 제128호 사랑의 쌀독 발대식이 1월 16일 오전 11시 계양구 아나지로에 소재한 작전은혜교회(허평석 목사 시무)에서 있었다. (사)지구촌나눔재단이 주최하고, (사)지구촌나눔재단 인천 계양 3지부가 주관했다.
이날 사랑의 쌀독 출발 격려를 위해 이선구 이사장이 쌀 120kg, 명예 이사장 이 심 장로가 쌀 1가마를 후원했다. 사랑의 쌀독을 통해 후원된 쌀과 생필품은 은퇴목사 중 홀 목사, 홀 사모, 생계가 어려운 목회자 그리고 생활에 어려움이 있는 이웃들에게 지원되며, 미자립교회 등 계양구 지역을 중심으로 사용된다.
예배는 계양3지부장 허평석 목사의 인도로 군포 1지부장 이창범 목사가 기도, 철원 1지부장 채윤식 목사가 딤전 6:18-19을 봉독, 지구촌나눔재단 홍보대사 정성자 교수가 가야금 특주했다.
(사)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 중앙회 이사장 이선구 목사가 ‘나눠주기를 힘쓰라’란 제목으로 “세상인심이 각박해지면서 복음 전도가 어려워졌는데 행함과 진실함으로 선을 행하는 것이 나눔 선교이다. 이를 위해 교회와 연합해서 나누는 일을 하고 있다. 노숙자들에게도 사랑의 나눔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신앙을 갖게 됐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에 자녀 된 우리는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고전 13:13은 사랑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씀한다. 그러므로 우리 마음에 이 사랑을 가져야 한다. 이 사랑을 나눌 때 교회가 복을 누린다. 이 복을 누리도록 하나님께서 인천 계양 지부 설립을 허락하셨다.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의 쌀을 나눠 그들에게 복음이 전해져 교회 부흥의 은혜가 있기를 바란다”라고 설교했다.
인천 서구 4지부장 이병현 목사가 ‘한국교회의 회복과 인천시와 계양구 복음화를 위하여’,‘지구촌나눔재단과 계양 3지부 발전을 위하여’ 특별기도 후 동대문1지부장 남정은 목사가 봉헌기도하고 이선구 목사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지부 설립 및 사랑의 쌀독 발대식은 (사)지구촌나눔재단 협동총무단 회장 김동욱 목사의 사회로 (사)지구촌나눔재단 사무총장 강인중 목사가 기도했다.
뺏지, 임명장, 천사교회 현판 전달식
이사장 이선구 목사가 신임 지부장, 임원 및 운영/후원이사들에게 임명장, 인천 계양3 지부장 작전은혜교회 허평석 목사에게 뺏지, 천사교회 현판을 전달하고 위촉식을 했다.
(사)지구촌나눔재단 총괄본부장 윤성록 목사가 “복된 일을 함께하시게 되어 축하드린다. 본부가 가까운데 큰 역할 감당하시기를 바란다”라고 축사, (사)지구촌나눔재단 부이사장 김정봉 목사가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천 모 병원을 개원하며 예배를 드렸는데 지하실을 기도실로 바꾸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같이 간 목사들이 중환자 수술을 위해 기도하기로 했다. 이 단체의 체험 신앙을 가진 분들과 함께 큰 일 잘 감당하기를 바란다. 하나님 아버지 믿고 담대히 사명 감당하시기를 바란다”고 권면했다.
임원진 일동이 축하 테이프 커팅 후 사랑의 쌀독을 채운 후 은혜롭게 모든 순서를 마치고, 교회 식당으로 옮겨 애찬을 나누며 친교했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는 2007년 1월 설립된 비영리민간단체로서 저소득층 쌀 지원 및 사랑의빨간밥차, 아동 푸드마켓, 사랑의 쌀독, 시니어 아카데미 등을 통해 쌀 분배 및 노인복지 사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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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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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노회협, 신년하례회·구국 기도회·당선자 축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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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역노회협의회 신년하례회·구국 기도회·당선자 축하식이 1월 15일 오전 11시 혜림교회(김영우 목사 시무)에서 있었다.
대표회장 이성화 목사가 “멀리에서도 오셔서 감사드린다. 저희 협의회에서 장봉생 부총회장이 탄생해 감사하고, 총회에 큰 희망을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즐거운 시간 되시기 바란다”고 환영사 했다.
예배는 대표회장 이성화 목사의 인도로 상임회장 김영구 장로가 기도, 서기 육수복 목사가 전 4:12을 봉독했다.
부총회장 장봉생 목사가 ‘세겹줄’이란 제목으로 “함께 있을 때 행복하다. ‘함께’란 말은 성경에 대략 1365번 나온다. 하나님과 함께, 사람과 함께라는 말이다. 사람과 관련해서는 좋은 함께 와 나쁜 '함께'가 있다. 올해 제 교회 표어는 ‘함께’이다. 도움을 주는 세 번째 줄이 되어야 한다. 총회를 견인하고 함께하는 서울지역노회협의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설교했다.
사무총장 김한성 목사가 광고, 명예회장 이규섭 목사의 축도로 예배를 마쳤다.
특별기도
제2부 기도 및 축하는 운영회장 김재철 목사의 사회로 ‘서울지역노회 협의회를 위해’ 총무 김상기 목사,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총무 전병하 장로, ‘세계선교와 GMS를 위해서’ 사무총장 홍성복 장로, ‘총회발전을 위하여’ 전문총무 윤창규 목사, ‘총신과 지방신학교들의 안정과 발전을 위하여’ 상임총무 백양선 장로, ‘세계평화를 위해’ 회계 손정호 장로가 특별 기도했다.
권면
증경총회장 김선규 목사가 “임원들 포함해 모두 주신 사명 잘 감당하기를 바란다. 총회장 되실 장봉생 목사를 위해 많은 기도 부탁드리고 존경받는 인물이 되기를 바란다. 어려운 때 선지자의 사명을 감당하기를 바란다”라고, 총신대학교 총장 박성규 목사가 “올해 하나님의 종으로 살아 은혜와 복을 누리시기를 바란다.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는 신본주의가 중요하다. 총회가 신본공화제가 되는데 수고하는 협의회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권면했다.
축사
서북지역협의회 회장 장순직 목사가 이어령의 비상이란 기도문을 읽는 것으로 축사를 대신하고〔비상(非常)에는 비상(飛翔)해야 합니다. 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 팍팍한 서민들에게는 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 주눅 들은 기업인들에게는 갈매기의 비행을 가르쳐 주시고 진흙 바닥의 지식인들에게는 구름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날개를 보여 주소서. 그리고 남남처럼 되어 가는 가족에게는 원앙새의 깃털을 내려 주소서.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대열을 이끌어 가는 저 따스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중부지역협의회 회장 강문구 목사가 ‘서울협의회 신년하례회’로 십행시로, 전국호남협의회 회장 이형만 목사가 “꽃처럼 아름다운 협의회가 되기를 바란다. 흰 장미는 순결을 상징, 노란 장미는 우정, 빨간 장미는 정열을 상징한다. 이처럼 되길 바란다. 또한 주님처럼 사명 감당하기를 바란다”라고, 109회기념특별위원장 배만석 목사가 “작년 수고 많이 하셨고, 새해 맞이해 축하드린다”고 축사했다.
당선자 축하
당선자축하는 상임총무 황연호 목사의 사회로 대표회장 이성화 목사가 109회 총회 당선자(임원 및 상비부장)를 축하했다.
부총회장 장봉생 목사, 부회계 남석필 장로, 농어촌부장 김상기 목사, 전도 부장 최효식 목사 , 군선교부장 유광철 목사, 학생지도부장 김인환 목사, 신학부장 박의서 목사
제3부 신년하례회는 사무총장 김한성 목사의 사회로 노회 및 내빈 소개, 증경회장 · 증경상임회장단 새해인사, 하례회 후 사무차장 박성은 목사의 폐회 및 식사기도로 모든 순서를 마무리하고 애찬을 나누며 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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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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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회기 서울·서북장로회연합회, 사랑의연탄 나누기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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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회기 서울·서북장로회연합회(회장 이해중 장로) 회원 30여 명이 사랑의 연탄 나누기 행사를 1월 14일 오전 10시 개포동 소재 구룡마을에서 했다.
회장 이해중 장로가 “2025 신년 벽두에 장로회연합회의 좋은 전통을 이어 사랑의 연탄 나누기 행사를 하게 되어 감사하다. 이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따뜻한 연탄을 나누게 되어 감사하다. 오늘 이 행사에 동참하신 모든 회원에게도 감사하다. 연탄을 받는 분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알고 속히 자립하기를 바란다”라고 인사 말했다.
오전 10시 남서울중앙교회(여찬근 목사 시무)에 모여 차량으로 이동 전 강대호 장로가 출발 기도 후 구룡마을로 이동해 안재권 명예회장이 기도하고 4곳에 연탄을 배달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춥지 않았고, 밤에 눈이 왔지만 녹아 연탄을 배달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고 낙상 사고 없이 잘 마무리했다.
1시간 30분가량 땀 흘려 연탄을 배달 후 준비위원장 김대영 장로의 기도로 마무리하고 다시 남서울중앙교회로 이동해 교회에서 정성껏 준비한 오찬을 나누며 친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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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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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교우목회자회 정기총회..양병희 목사 회장 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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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교우목회자회 2025년도 제28회 정기총회가 1월 13일 오전 11시 고대 교우회관 2층 크림슨홀에서 모여 예배하고 양병희 목사를 회장, 이동규 목사를 수석부회장, 강군열 목사를 사무총장으로 선출했다.
신임회장 양병희 목사가 “이미 회장을 한 적이 있는데 제가 현직에 있기에 회장으로 더 힘 있게 섬기도록 하겠다”고 인사말했다.
1부 예배는 사무총장 박수열 목사의 인도로 부회장 김홍석 목사가 기도 후 고대교우목회자회 회장 이상재 목사가 고전 1:17-18을 본문으로 ‘복음에 미친 사람’이란 제목으로 “우리의 사명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며 십자가의 도를 전하는 것이 복음이다. 십자가는 하나님의 구원하는 능력이다. 바울은 복음에 미친 사람으로 살았다. 우리도 복음을 위해 사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란다”고 설교했다.
고대기독교우회 회장 · 증경회장 원광기 목사가 “국가적으로 어수선한데 오시느라 수고하셨고 감사하다. 우리 모두 화목해 주신 사명 잘 감당하기를 바란다”고 환영사, 증경회장 양병희 목사가 “지난 한 해 섬겨주신 임원들에게 감사하고, 새롭게 섬겨주실 임원들에게도 감사하다. 어려운 때 본질이 중요하다. 우리는 성경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 복음화가 어려운 때 우리 고목회가 사명을 잘 감당하기를 바란다”고 축사, 고문 박봉상 목사가 “올 한 해 건강하시기를 기도 드리고, 고목회가 잘 운영되기를 바란다”고 격려사 했다.
사무총장 박수열 목사가 광고, 증경회장 한용준 목사가 축도 후 자문위원 강군열 목사의 인도에 따라 교가를 불렀다.
2부 총회는 회장 이상재 목사의 사회로 증경회장 이한수 목사가 개회기도, 서기 안호천 목사가 회원 40명이 참석한 것을 보고해 개회, 서기 안호천 목사의 전회의록 낭독, 사무총장 박수열 목사의 사무 보고, 회계 최석립 목사의 회계 보고는 유인물로 받기로 하고 감사 천웅의 목사가 감사 보고했다. 이어 증경회장단의 추천과 인준을 통해 신임회장에 양병희 목사, 수석부회장에 이동규 목사, 사무총장에 강군열 목사가 선출됐다.
신임회장 양병희 목사가 인사 후 직전회장 이상재 목사에게 감사패를 수여하고 남은 잔무는 신임원회에 맡기기로 한 후 증경회장 설동주 목사의 폐회기도로 총회를 마치고 오찬을 나누며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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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3
오피니언 검색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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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언젠가 있을 부모와의 사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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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다가 눈물을 흘렸다. 왜 어머니만 떠올리면 나는 눈물이 나는가? “사랑은 눈물의 씨앗”이라는 대중가요가 있는데 나는 어머니가 눈물의 씨앗인가 보다. 이 책은 90세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막내딸의 이야기다. 저자의 어머니는 고아였고 맡겨진 집에서 자라 결혼해 6명의 자녀를 낳았다. 저자는 어머니의 죽음을 전후한 일들을 일기 쓰듯이 기록하는 데 배우는 마음으로 읽었다. 노년의 부모님과 함께 사는 입장에서 언젠가 나도 이 일을 겪을 것이기에 예습하듯이 감정이입이 됐다. 노부모가 계신 분들은 일독했으면 하는 좋은 책이다. 아래 발췌한 글은 정신이 흐릿해지고 섬망에 빠지면 왜 착한 사람도 욕하는가를 다루고 있다. 이것이 자연스러운 한 과정이라는 것을 새롭게 배웠다.
"모든 사람이 죽기 직전에 욕을 해요." "설마요? 왜 그럴 까요? 죽을 때는 체념하고 놓아두고 평화롭게 떠나는 거 아닙니까?" 나는 물었다. 착하던 사람이, 가면을 벗은 것처럼 쉼 없이 욕하는 모습에 아연실색한 후였다. "깨달음에 이르진 못해도 포기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체념도 도의 일종 이라는데 그것도 안 되나요?"
"살아 있는 동안 가장 큰 고통을 느낄 때가 죽는 순간이랍니다. 그 고통을 이기기 위해서 모르핀과 엔도르핀을 평소보다 천 배 이상 분비한대요. 물론 남은 마지막 몇 나노 그램까지 다 쏟아내는 거죠. 그때 아늑한 황홀감 속으로 고통이 파고든대요. 이승에서 못다 한 마지막 아쉬움을 욕으로 분출하는 거죠! 그러니 살아생전 고운 말만 쓰던 조신한 사람도, 착하다 착했던 나무 같고 꽃 같은 사람도 저승 문 앞에서 저도 모르는 죽음의 슬픔과 기쁨에 헷갈리면서 서리서리 평생 쟁여놓은 욕설을 쏟아내게 되는 거죠." 어떤 사람이 대답했다. 나는 머리로 이해하지 못하면 가슴으로도 납득이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럴 리가요? 이슬처럼 잠시 왔다가 스러지듯이, 물이 흘러 모르는 곳으로 흘러가듯이 사람이 죽을 때는 평화롭게 떠나는 줄 알았어요. 그럴 수 있잖아요. 마음을 다스리면서 잘 산 사람들은 가능하잖아요. 면벽하고 죽기도 하고 앉은 채로 가기도 하고." "그런 사람 없습니다. 100퍼센트 다들 그렇게 욕을 하다가 죽어요. 저 자신도 모르는 채 욕으로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는 거겠지요." 아무리 들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해하기 싫었다. 무슨 힘이 남아 있어 저렇게 장사가 되었나. 시간에 난폭하게 쥐어뜯긴 90의, 100살의 노인들이 최후까지 남아 있는 힘을 짜내 가장 최악의 본능을 드러내고 죽어가는 게 과학적인 진리라니. 생명을 가진 것들의 마지막이 그럴 수밖에 없도록 짜여 있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처연해졌다.
당신, 평생을 착하게 산 거 아니었나. 말려 들어가는 혀로 온 얼굴을 분노로 일그러뜨리며 박혀 있는 칼을 빼내는 마지막 얼굴은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나. 하나 남은 아랫니 하나로 칼과 피를 반죽해 분노의 떡을 쌓고 떠날 일은 아니지 않나. 당신이 이렇게 죽는다면 내 심장에 꽂힌 못을 빼내려면 나는 석 달 열흘 욕만 하다 죽지 않겠나.
오늘의 당신, 엄마. 하루 또 하루 죽을힘을 다해 화내면서 죽음 쪽으로 달려가는 사람. 나는 진심으로 당신의 죽음이 평화롭기를 원했다. 오늘도 죽음으로 가려다 돌아서는 사람, 널뛰는 섬망 속에서 착하게 살아온 명예를 갈기갈기 찢으며 소멸 쪽으로 못나게 가는 당신. 욕하고 남은 시간에 찾아온 찰나의 명징한 순간에 장판에 묻어 놓은 지폐 300만 원과 냉동실에 넣어둔 아이스크림 콘 세 개의 행방에만 골똘 한 당신. 하루를 살아도 평화롭게, 온 세상이 평화롭게 이틀을 살더라도 사흘을 살더라도 평화롭게, 그런 날들이 그날들이 영원토록 평화롭게. 스무 살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바란 것은 그것 하나였는 데. 평화롭게. 시 구절을 새로 사는 일기마다 적어놓고 기도하면서 살고 있는데. 평생을 간구해도 당신처럼 마지막엔 섬망에 빠져 죽는 걸로 예정되어 있다면 오늘 나는 무엇으로 더 버틸 수 있을까(pp. 15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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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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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토끼를 몰게 한 개에게 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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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정부가 몰락의 길을 걷고 있다. 이 책은 2023년 1월에 나온 책으로 검찰공화국의 탄생 배경을 밝히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에 취해 윤석열을 키워줬고 이후 통제불능 상태가 되어 결국 정권을 검찰에 넘겨주게 됐다고 말한다. 결국 현 정권은 전 정권이 만든 업보다. 기가 막힌다. 촛불항쟁으로 죽을 쒀서 개에게 준 꼴이 된 것이다. 한 개인의 그릇된 판단이 얼마나 역사를 망가뜨리고 퇴보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인간은 어리석어서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있을 것이기에 사람이 무섭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문 정권이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 등 과거 정권에서 해내지 못한 제도적 개혁을 어느 정도 이뤄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는 완전히 실패했다. 무엇보다 '대통령 윤석열'이 그 증거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갈등 끝에 검찰총장직을 내던진 그가, 검찰개혁을 캐치 프레이즈로 내건 문재인 정권의 재창출을 막은 것만큼 확실한 증거가 또 있을까. 검찰개혁이 성공했다면 지금 대통령 집무실의 주인은 다른 사람일 것이다.
검찰개혁의 최종 목적지는 검찰권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그 믿음의 전제는 검찰이 정치 권력에 영합하지 않고 검찰권을 공명정대하게 행사하는 것이다. 그러지 못하고 국민이 검찰을 불신한다면 공수처를 도입하든, 검경 수사권을 조정하든 아무런 소용이 없다. 불행히도 '검찰총장 윤석열'에서 '대통령 윤석열'로의 이행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뿌리째 흔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가 임명한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지휘하는 정치적 사건에 대한 수사가 공정할 것 이라고 기대할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욱이 윤석열은 '윤석열 사람'이라 불리는 측근들을 법무부와 검찰 고위직에 임명해 ‘검찰직할 체제’를 갖췄다. 검찰에 관한 원칙을 정리한 유럽연합의 〈로마 헌장> 제6조에 따르면 “검사는 독립적이고 중립적이어야 하며 그렇게 보이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해야 한다” 윤석열 정권은 검찰이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권이 검찰개혁에 실패한 것은 뼈 아프다. 2016년 겨울, 박근혜 정권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에서 많이 나온 구호 가운데 하나가 검찰개혁이었다. 검찰은 박근혜 정권이 벌인 국정농단의 예고편 격인 '정윤회 사건'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 등 권력의 치부를 알아서 덮었다. ‘김학의 성접대 의혹’ 등 비위 검사들에 대한 수사는 무디기만 했다. 반면 검찰이 겨냥한 표적은 그 주변까지 탈탈 터는 별건 수사를 통해 굴복시켰고, 이 과정에서 적잖은 사람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시민들은 이렇듯 권력 눈치 보기와 조직 이기주의에 찌든 검찰을 촛불정부가 확 바꿔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바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처럼 "꿈같은 희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한국 사회에서 검찰개혁의 당위성은 검찰 스스로도 부인하지 못할 정도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런 여론을 등에 업고 출발한 문재인 정권은 정작 검찰개혁 과정에서 그 진정성을 의심받았다. 정권 초기부터 일관되게 개혁을 추진하지 않고 '적폐청산'이라는 미명 아래 검찰의 권력 과잉을 못 본 체하다가 '조국 사태'라는 암초와 부딪히고 나서야 부랴부랴 개혁에 나선 것이다. 이는 정권에 '내로남불' 이미지를 씌웠을 뿐만 아니라, 개혁에 대한 검찰 내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정당한 저항'으로 보이게끔 만들었다. 이 치명적 실책은 문재인 정권에는 (제도 개혁에 상당한 성과를 보였음에도) 끝내 검찰개혁에 실패한 또 하나의 정권이라는 꼬리표를, 한국 사회에는 '검찰정권'의 탄생이라는 불행을 안겼다(pp. 9-11).
검찰을 정치에 이용하려는 정권에서 정치검찰과 ‘법 기술자’가 득세한다. 따라서 검찰을 개혁하려면 이 은밀한 고리를 먼저 끊어야 한다. 국정과제에 검찰을 동원하는 짓은 이 고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든다. 검찰을 정치의 '주전장(主戰場)'으로 끌어들일수록 검찰의 힘은 커지고 개혁은 그만큼 떨어진다. 문재인 정권의 검찰개혁은 적폐 청산에 '윤석열 사단'을 동원하는 순간부터 실패가 예정된 것이다. 윤 사단이 적폐 수사에 동원한 수사 방식 -'유죄추정'과 피의사실 공표, 무분별한 압수수색 등-이야말로 검찰의 대표적 적폐이자 개혁대상이다. 그럼에도 문 정권은 정적을 제거해주는 ‘칼맛’에 취해 윤 사단에 힘을 몰아주었다. 이에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막강한 권력기관으로 거듭난 윤석열 검찰은 정치검찰에 만족하지 않고 정국을 직접 주도하는 '검찰정치'로 나아갔다.
검찰개혁의 실패는 '검찰국가'라는 후폭풍을 몰고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정권 출범과 동시에 최측근인 한동훈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을 시작으로 대통령실과 정부 요직에 검찰 출신을 대거 기용했다. 최고 사정기관인 검찰을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권력기관의 핵심 포스트에서 대통령의 뜻을 일사불란하게 집행할 체제를 완성한 것이다. 그 결과는 우리가 지금 눈으로 확인하듯 '정치의 실종'이다.
민주국가에서 정치는 시민사회-여야 정당-정부가 대등하게 소통할 때 제대로 작동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이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의사전달이 한쪽으로만 흐르는 '상명하달'의 정치다. 검찰 조사실에서 이뤄지는 피의자 신문처럼 일방적이고 권위적이다. '검찰 DNA'에 기반한 정치는 다양성을 존중하고 약자를 배려하는 시대적 흐름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5년여 전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서 촛불을 밝혔던 대가가 검찰국가일 수는 없다. 원래의 목적지를 향해 다시 길을 나서야 한다. 어디서부터 길을 잘못 들었는지 되짚어보고,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pp. 16-17).
'검사 대통령'을 꿈꾸다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조선일보》사주 방상훈과 《중앙일 보》 사주 홍석현을 사적으로 만났다. 서울중앙지검장이 언론사 사주를 만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점찰총장도 언론사 편집국장이나나 보도국장을 만나는 경우가 있을 뿐 오너를 마주한 일은 없다. 사적인 인연이 있더라도 피하기 마련이다. 검찰권 행사와 관련해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검찰과 언론의 유착은 수사의 신뢰 와 공정성을 해친다. 특히 《조선일보》 사주 일가는 당시 서울중앙지검에 여러 사건이 걸려 있었다. 윤석열의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기간인 2017년 5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총 5건의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 돼 있었다. 2018년 검찰과거사위원회가 권고한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방상훈 사장의 아들 방정오 《TV조선》 전 대표와 동생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에 대한 수사, 2018년 3월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4개 단체가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 보도 무마를 위한 불법거래 의혹을 수시해달라며 《TV조선》 간부를 고발한 사건, 2019년 2월 민생경제연구소 등이 방정오를 횡령•배임 의혹으로 고발한 건, 2019년3월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 관련 기사 거래 의혹 고발 건, 2019년 6월 전 국인론노동조합 등이 방상훈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사건 등이다. 검찰이 제대로 수사를 했다면 《조선일보》 사주 일가는 피의자가 될 터였다. 검사가 수사 대상자를 사적으로 만나는 것은 '검사윤리강령' 위반에 해당한다. 윤석열은 2020년 10월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추궁하자, "(만남의) 상대방도 있는데 확인해 줄 수 없다"라고 버텼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두 보수언론 사주와의 만남은 윤석열이 정치적 야심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되었다. 검찰총장이 목표라면 굳이 언론사 사주까지 만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 언론사는 윤석열의 인사권을 가진 문재인 정권과 각을 세우고 있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윤석열을 밀수록 문 정권에서 그가 검찰의 수장에 오를 가능성은 떨어질 게 뻔했다. 따라서 그런 행보는 윤석 열이 검찰총장 이상의 목표를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로 《중앙일보》 사주 홍석현은 2018년 11월 윤석열을 만나고 난 뒤 언론사 간부들에게 "(윤석열은) 검찰총장 이상을 꿈꾸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직 대통령을 두 명씩이나 구속하고, 국정원에 이어 사법부까지 초토화시킨 역대 최강의 서울중앙지검장이 품을 만한 '검찰총장 이상의 꿈'은 대권밖에 없었다(pp. 52-53).
문재인 정권은 적폐 수사에서 성과를 낸 윤석열 사단의 힘을 더욱 키워줬다. 법무부는 2018년 2월 윤석열의 요청에 따라 서울중앙지검을 기존 3차장에서 4차장 체제로 재편했다. 적폐 수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확대한 것이다. 윤석열 휘하의 서울중앙지검은 기존 27개 부서에서 30개로 늘어났고, 평검사 수도 206명에서 211명으로 증원돼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안타깝게도 검찰의 힘만 커진 게 아니었다. 문 정권이 타산지석으로 삼았던 노무현 정권의 검찰개혁 실패를 반복하게 될 가능성도 덩달아 커졌다(p. 115).
검찰국가의 살풍경
검찰정권의 출범은 정치가 실종된 ‘검찰 통치’의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은 정권과 검찰을 공생 관계로 만들고 있다. 대통령실은 물론이고 정부 부처 요직에 검찰 출신을 기용해 강성과 일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검찰 DNA’를 이식하는 것이다. 이들은 생존 위기에 내몰린 사회적 약자의 절규에 ‘법대로!’ 만 되뇌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장은 민주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라는 사실은 안중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 이후의 상황은 검찰정권의 비인간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검찰정권은 세상의 이치를 사법적 잣대로만 판단하는 검사의 시각으로 국가적 참사를 대했다. 참사 다음날 각 지방자치단체에 '참사' 대신 “이태원 사고”로, ‘피해자’가 아닌 "사망자"로 쓰라는 내용의 공문을 서둘러 보낸 것이 대표적이다. 일선 공무원들에게는 국가 애도 기간 동안 ‘근조 또는 '추모' 글씨가 없는 검은 리본을 달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요컨대 국정조사나 민 형사소송에서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인정될 만한 용어를 아예 사용하지 말도록 한 것이다
이런 기조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구성된 범정부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특별팀의 총괄을, 참사의 1차 책임자인 주무장관(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게 맡기는 기행으로 이어졌다. 참다못한 유족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지만 검찰정권은 꿈쩍도 않는다.
윤석열 사단이 장악한 검찰은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정적을 제거하는 데 검찰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정권과 일심동체가 된 듯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조차 맞추지 않는다. 과거 검찰 수뇌부가 정권의 눈치를 볼 때도 검찰은 정치적 사건에서 집권 여당과 야당의 균형을 맞추려는 시늉은 했다. 그러나 한동훈-이원석 체제의 검찰은 겉치레는 체질에 안 맞는다는 듯 대놓고 전 정권 인사와 야당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주도했던 박은정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광주지점 부장검사)에 대한 수사는 ‘보복수사’라는 비난을 자초했다. 해당 징계는 법원(41신 재판)이 그 합법성과 정당성을 모두 인정한 것이다. 법원은 심지어 정직 2개월의 징계가 윤석열의 비위에 견줘 너무 가볍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윤석열 사단은 박 검사의 70대 노부모가 사는 친정집까지 압수수색하는 등 강력범 다루듯 수사하고 있다.
새 정권 출범 직후 내각에는 문제적 인물이 수두룩했지만, 대통령의 입에서는 “전 정권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나”(2022년 7월 5일 도어스테핑 발언)라는 말이 버젓이 나왔다. 이처럼 전 정권 뺨치는 '내로남불'에 자신도 민망한 듯 윤석열과 그 정권 인사들도 더는 '공정'과 '상식'을 말하지 않는다. 검찰정권은 검찰개혁의 실패가 낳은 부산물이다. 정치 경험과 국정에 대한 비전, 국가 경영에 관한 철학이 전혀 없는 검찰 내 사조직 집단이 개혁의 대오가 흐트러진 틈을 타 정치적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정권 장악 시나리오를 현실로 불러낸 것은 검찰개혁을 외치면서도 검찰의 달콤한 유혹과 단절하지 못한 '입진보'(입으로만 떠드는 진보주의)였다(pp. 209-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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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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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피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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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인권 영화 10편에 대한 것이다. “인권 영화”라는 말이 낯설다.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우리가 무관심했던 인권 소외자, 피해자에 대해 다루고 있다. 알아갈수록 세상에는 아직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매우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상이 아니라 글로 영화를 읽고 보는 경우가 많다. 때로 영상으로 접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런 영화를 접할 기회를 가져야겠다.
〈힘을 낼 시간〉은 이른 나이부터 너무 힘을 내고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남궁선 감독은 제목이 막무가내의, 무성의한 응원 메시지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했다. “취재한 친구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괴로 웠던 순간이 많았어요. 그런 책임감을 굉장히 강하게 느꼈던 어떤 날이 있었어요. 주인공 세 사람에게 내레이션을 다 시킨 다음 저 자신에게 한 말이, ‘어쩌다가 이 짐을 지게 됐지만 내가 힘을 낼 시간이다’였어요. 아이돌도 그렇고 영화라는 일도 그렇고, 재능으로 하는 일이니까 네가 뛰어나면 될 거라고 사람들은 가볍게 생각해요. 어떤 것도 그렇지는 않을뿐더러, 아이돌 같은 경우는 보이지 않는 데에서 엄청나게 노력을 해서 완성된 채로 사람들 앞에 서야 하니까 압박감이 더하죠. 누구나, 아이돌 출신이 아니라고 해도, 과도하게 자기를 몰아붙이는 게 당연한 사회에서 사람들이 갖는 피로감을 공유한다고 생각해요. 궤도에서 이탈한 사람들에게 손을 적절한 때 내밀었나? 하는 죄책감을 다 같이 느낄 수밖에 없어요” 〈힘을 낼 시간〉은 그렇게 뒤에 남은 사람들에게 손을 내미는 영화다.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가 발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pp. 7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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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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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신 40년 戀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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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가 있어 총신대학에 왔다. 학교 앞 버스에서 내리며 교문을 보니 입학한 지 40년이 된 게 떠올랐다. 나는 1985년 신학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이날은 2025년 1월 20일이었다. “부름받아 나선 이 몸”을 부르며 입학했는데 벌써 40년이 흘렀다. 그동안 총신 캠퍼스는 많이 변했다.
이전 종합관이 사라지고 새로운 종합관이 들어섰다. 주로 수업을 들었던 신관은 리모델링해서 완전 새로운 건물이 됐다. 그리고 교련 수업을 받았던 뒷동산에는 제2종합관이 들어섰다. 40년 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학교를 떠난 후 다시 올 일이 없었는데 15년 담임 목회를 중단하고 교계 기자로 전업(?) 했기에 취재차 모교를 종종 방문한다. 40년 세월 속에 나를 가르쳤던 교수님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입학 동기 중에는 벌써 세상을 떠난 사람들도 여럿 있고, 연락이 끊어진 사람들도 있다. 그때 신학과에 100명이 입학했으니 참 적은 숫자였고, 총회적으로 활동하는 동기는 거의 없다.
앞으로도 취재차 총신에 올 일이 있겠지만 올 때마다 재학시절이 떠오르고 추억도 떠오를 것이다. 그 당시 학교 교수진에 대한 불만, 학내 문제, 총회 문제로 인한 수강 거부 등등 총신은 애증의 대상이었다. 그럼에도 세월이 흐르니 모교에 오면 마음이 푸근해진다. 나 때와 달리 자유분방한 학생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이를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억울함이 있다. 더 이상의 혼란이 없이 모교 총신이 늘 평안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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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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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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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대한민국은 “확증 편향”으로 갈라져 있다. 확증 편향(確證偏向, Confirmation bias)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기존의 신념 혹은 판단 따위와 부합하는 정보에만 주목하고 그 외의 정보는 무시하는 사고방식과 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심리로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여 원래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신념을 확인하려는 경향성이다. 인지심리학에서 확증 편향은 정보의 처리 과정에서 일어나는 인지 편향 가운데 하나이다. 이런 성향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간절히 바랄 때, 어떤 사건을 접하고 감정이 앞설 때,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기가 싫을 때, 저마다의 뿌리 깊은 신념을 지키고자 할 때 나타난다. 따라서 확증 편향에 빠진 사람은 생각이 같은 사람들끼리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생각은 듣지 않으려 하며, 자신의 생각에 부합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수집하거나, 어떤 것을 설명, 해석, 주장할 때 편향된 방법을 동원한다(나무위키 인용).
이 확증 편향에 근거해 독단적으로 아군과 적군, 진보와 보수로 편가르기를 한다. 말을 들어보면 모두 자기 생각이 없이 주입된 정보에 휘둘린다. 그것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말이다. 남에게 놀아나는 마리오네트가 되지 않을려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생각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회의(懷疑)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글 쓰기와 토론을 거의 하지 않는 학교와 교실에서 생각 대신 암기를 한다. 그것도 정답이라는 고정된 형태로. 생각하는(=회의하는) 과정 없이 고정된 정답을 의식 세계에 주입한 우리가 고집불통이 되는 만큼 확증편향도 강력하게 작용한다.
내가 자주 하는 말이지만, 한국 사회는 설득이란 말은 있어도 설득은 되지 않는 사회다. 가령 부부 사이는 어떨까? 애정으로 맺어지고 계급적 처지도 동일한 사이지만,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지닌 채로 평생 한집에서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 이것이 한국의 부부 대다수가 보여주는 서글픈 자화상 아닌가. 이렇게 부부 사이에도 설득이 되지 않는데 누구를 설득하겠는가. 실상 우리는 누구도 남을 설득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뒤집어 말하면, 나 또한 아무한테도 설득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이미 완성 단계에 이른 것처럼 살아간다. 이런 사회 구성원에게 확증편향이 한번 빠지면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은 함정이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또 '나'로서 생각한 적이 없으므로 남의 자리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지혜도 갖기 어렵다. 나의 자리에서도 생각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남의 자리에서 생각하겠는가. 한국인의 확증편향을 강고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이유다.
확증편향에서 벗어나기. 그것은 나부터 '회의하는 자아'가 되는 것 말고는 달리 도리가 없다. 그런 전제 아래 어렵더라도 이웃을 설득하는 수밖에. 학교와 교실에서 생각하는 교육이 펼 쳐지도록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pp. 70-71).
아이들이 안쓰럽다. 특히 석차와 등급 경쟁에서 앞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무척 안쓰러운 것은 학습에 지친 그들에게서 불법 파견된 비정규직 노동자의 모습이 어른거리기 때문이다. 최근 〈한겨레21〉은 자해 행위로 ‘살아 있음’을 느끼는 초중등 학생이 적지 않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보도했다. 수월성 경쟁이 지배하는 학교에서 대다수 학생은 자긍심, 자존감을 갖 기 어렵고, 잉여적 존재로 취급받기 쉽다. 당연히 학교생활이 행복할 리 없다. 1등급은 2등급 이하를 차별하고 2등급은 그 이하 등급을 깔보고 9등급 남학생은 여학생을 혐오한다. 이런 사회에서 성소수자와 난민이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공부 시간은 세계 최장인데도 어떻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논어에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라는 구절이 있다. 중국의 각급 학교에 붙어 있다는 글 귀로,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는 뜻이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것이 없다! 바로 우리 모습 아닌가! '배움'과 '생각하기'는 어우러져야 한다. '배움'이 모든 학생이 같은 내용 (이론, 용어, 연대, 인명 등 객관적 사실)을 숙지하는 것이라면, '생각하기'는 배움의 토대 위에서 '나'가 사유하는 것이다. 공자의 가르침은 '배움만 있고 생각하기가 없는' 우리 교육이 '나' 없는 전체주의 교육임을 일깨워준다. '조반(造反, 창조적 반란)'이나 상상력을 기대할 수 없다. 이처럼 우리 교육에 배움만 있고 생각하기가 없는 것은 서열화된 대학에 조응하기 위해 학문을 왜곡한 데서 비롯되었다. 학생들을 줄 세워야 하는데 '생각하기'로는 그럴 수가 없어서 '배움'으로 마감한 것이다. '배움'으로 마감하니 '나' 가 없다. 나가 없으니 자긍심과 자존감을 가질 수가 없고, 나의 자리에서 생각하지 않으니 남의 자리에서 생각하는 역지사지는 그야말로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또 나가 없으니 비판 의식이나 계급의식 형성도 애당초 불가능하다.
우리는 곧잘 우리 학생들에게 자기 생각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실은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자기 생각을 갖도록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사유는 곧 언어이고 언어는 곧 사유다. '생각하기'는 언어로써, 즉 글쓰기와 말하기(토론)로 표현되어야 하는데, 우리 학교와 교실에는 학생들의 글쓰기와 말하기가 거의 없다. '생각하기'가 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니 얻는 것이 없게 된다. 공부 시간은 세계 최장이고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인데, 민도가 높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프랑스인들은 고등학교 3학년 때 철학 공부를 한다는 사실에 은근한 자긍심을 갖는다. 매년 6월 중순에 치러지는 대학입 학자격시험(바칼로레아)의 철학 시험 문제는 많은 언론 매체에 소개된다. 수험생들은 세 개의 논제 중에 하나를 선택하여 네 시간 동안 논술하게 되어 있다. 필수과목인데다 가중치도 높아 인문계의 경우 프랑스어가 5학점이라면 철학은 7학점이다. 최근에 출제된 논제들을 보면 "모든 진리는 확정적인가?", "예술에 무감 각할 수 있나?", "욕망은 우리가 불완전하다는 징표인가?", "부당한 일을 겪어야만 무엇이 정당한지 알 수 있나?", "알기 위해서는 관찰하는 것으로 충분한가?", "예술 작품은 꼭 아름다워야 하나?" 등이 있다. 잠시나마 이 논제들 중에 하나를 선택해서 네 시간 동안 뭐라고 쓸 것인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르몽드〉와 인 터뷰에 응했던 한 학생은 일곱 장을 썼다고 했다. 한국의 대학생들에게 이 논제들을 던져본 적이 있는데, 가장 많이 들은 답변은 "아닌 것 같은데요"였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학습노동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앞에서 『논어」를 언급하며 '얻는 것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지배 세력에겐 이로운 부수적 효과가 적어도 두 가지는 있다. 첫째, 세계 최장의 학습시간으로 세계 최장의 노동시간에 익숙하게 하고, 둘째, 비판 의식과 계급의식은 형성하지 않은 채 등급과 석차로 서열을 규정함으로써 머리가 좋거나 부모의 경제력이 좋은 학벌 엘리트 집단에 복종하게 하는 것이다. 총총한 눈빛의 아이들 앞에서, 참된 교육자라면 이와 같은 교육 현실을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pp. 7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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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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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죽음 앞에서 남녀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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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니 죽음 앞에서 남녀의 대응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남자는 분노하고 여자는 남은 자들을 걱정한다. 그러다 죽음을 맞는다. 내가 세상을 떠나도 여전히 일상은 반복된다. 마치 내가 버스나 지하철에서 내려도 여전히 승객을 태우고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가듯이. 죽음이 임박하면 어떻게 삶을 마무리 해야하는가? 자주 생각해야 할 것 같다.
• 조한진회 : 저희 어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적이 있는데, 병석에서도 저를 돌봤어요(웃음). 당신이 맏며느리로 시어머니와 50년 가까이 살았고, 딸 다섯을 키우는 동안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으로만 살아와서 돌봄을 받을 줄 모르는 거예요. 간병인이 있는데도 필요한 걸 요청하지 못하시더라고요. 핵심이지만 많이 이야기되지 않는 부분인 것 같아요. 돌봄을 수용하는 것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돌봄을 받고, 보호자 혹은 돌봄 제공자와 어떻게 관계 맺을지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적으로 공백이에요. 몸이 아프거나 죽음에 이르는 과정은 돌봄을 계속 받는 과정이기도 하잖아요. 현재 돌봄은 자본의 방식으로만 굴러가요. 고용-피고용 관계에서 '갑질'하지 않으면서 돌봄을 수용하는 것도 질병과 죽음을 사유하는 데 필요한 주제라고 생각해요.
• 김호성 : 호스피스에 입원한 환자의 절반 정도가 약 3주 안에 소천하세요. 한 달이 채 안 되는 이 기간이 참으로 짧고, 또 소중하죠. 하지만 대개의 환자들이 그 시간을 의미 있게 사용하지 못합니다. 성별에 따라 그 이유가 좀 달라요. 아버님들은 신체를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몸이 통제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와 부정이 큽니다. 보통은 하고 싶은 걸 웬만하면 하고 사셨거든요. 아프면 몸의 자율성이 사라지잖아요. 그걸 잘 못 견디세요. 남은 시간을 충분히 잘 사용하지 못하고 감정에 많이 얽매여요. 코로나19 전에는 이런 문제로 환자들이 힘들어하시면 종교인 상담을 연계하기도 했죠. 하지만 실존적 문제라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반대로 어머님들은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도 다른 사람을 걱정하느라 남은 시간을 잘 못 보냅니다. '내가 죽고 나면 내 자식, 내 남편은 어쩌지'라는 근심걱정에 꽉 차 있어요. 제가 어머님들에게 자주 드리는 말씀은 '이기주의자가 돼야 한다'예요. 아버님들에게는 이런 얘기를 안 해요. 할 필요가 없어요(웃음). 남은 시간을 어떻게 자기를 위해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기를 위해서 살아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는 거죠.
• 조한진희 : 아픈 사람들을 인터뷰해보면 성별 차이가 있다는 걸 느껴요.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만, 삶에서 무엇을 정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우선순위도 성별에 따라 다릅니다. 여성들은 관계를 고민해요. 말씀하신 대로 남겨질 자식 걱정을 먼저 하죠. 반면 남성은 주로 외로움을 표현하는 등 절망 서사가 강한 편입니다. 자신의 몸을 자신이 컨트롤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와 수치심이 커요. 이를테면 여성은 월경 같은 경험을 통해 자신의 몸을 자기가 컨트롤하기 어려운 경험을 계속 하거든요. 그런 점을 포함해서 질병은 여러 의미로 여성과 가까워요. 아픈 사람이 있을 때 돌보는 주체를 여성으로 호명하죠. 또 ‘아프다’는 상태, 타인에게 의존하거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상대적으로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잘 수용하도록 사회화된 것 같아요. 반면 남성들은 자신의 아픈 몸을 수용하기 힘들어하죠. 수용, 비수용의 문제보다는 수용하는 태도의 문제라고 해야겠네요(pp. 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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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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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목사가 왜 무당 관련 책을 읽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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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검찰과 무속 공화국이라 할 수 있다. 검찰총장이었던 그가 후보 시절 손바닥에 王자를 쓰고 토론회에 나올 때부터 우려가 컸었는데 임기 내내 계속해서 무속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왔고 결국 지금은 파국을 향해 가고 있다. 무속으로 흥한 자 무속으로 망하는 것이다.
도대체 무속이란 무엇인가? 불교, 유교, 기독교가 들어오기 전 우리나라에 기본적으로 있었던 샤머니즘이다. 불교는 샤머니즘의 영향을 많이 받아 혼합된 모습이고, 유교는 불교를 배격했다. 반면 한국 기독교는 초기 기복신앙에 치우쳤으나 경제 발전 후 그것을 벗어났으나 여전히 세상적인 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한국인의 기본 정서에는 무속과 샤머니즘이 있다. 이 문명 세기에 종교도 아닌 무속이 판을 치니 국제적으로도 참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목사로서 지피지기 백전백승의 자세로 이 책을 읽었고, 앞으로도 더 찾아볼 생각이다. 책에서 인용한 다음 글들은 무당과 무속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이 2000년에 나왔는데 알아보니 절판됐다. 다행히 도서관에 있어 대출해 읽었다.
은하 엄마에게 신이 내린 것은 열다섯 살의 일이다. 하지만 그녀는 어려서부터 심상치 않은 징조를 보였다. 양어머니 집에 간 직후부터 눈에 부스럼처럼 종기가 났다. 결국은 해를 볼 수 없게 되었고, 눈도 잘 보이지 않았다. 7살 되던 해에는 동네의 아픈 사람을 보고 뭐라고 지껄였다. 그 어린 게 뭘 알겠느냐만 하여튼 밥을 해다가 버리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병이 나았다고 한다. 머리에도 부스럼이 심했는데 함께 밥을 먹을 수 없을 만큼 냄새가 지독했다. 그래서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고 별당아씨처럼 집에서 지냈다. 그러나 양부모의 사랑은 극진했다. 칼국수를 만들어 먹다가 남아서 불면 당신들이 드시고 새로 밥을 해 주었다. 찬밥을 먹고 자라면 출세를 못 한다고 해서 늘 더운밥을 해 주었다면서 "덕분에 오늘 이렇게 출세했지..." 하고 그녀는 웃었다. 열다섯 살까지 그렇게 눈도 못 뜨고 부스럼을 앓으며 살았다. 어느 날 창경궁 앞에 가면 한 여든 살쯤 된 노인이 있는데 아주 용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그 길로 양어머니하고 찾아갔다. 들어갈 때는 눈을 감고 들어갔다. 노인은 머리 양쪽에 침을 놓았다. 피가 마구 쏟아졌다. 하지만 그 침을 맞고 돌아 나오면서 그녀는 실로 오랜만에 햇빛을 봤다. 눈을 뜨고 나온 것이다. 그 해 삼 삼짇날 갑자기 목욕탕에서 머리를 감다가 신이 내렸다. 양어머니가 머리에 물을 끼얹어 주는데 공연히 신경질이 났다. 머리를 만지는 게 견딜 수 없이 화가 나서 신경질을 부리다가 야단을 맞고는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울음이 그치지를 않았다. 그렇게 울다 울다가 문득 말이 터졌다. 말문이 터진 그녀는 미친 듯이 여기저기를 돌아 다니면서 아무나 붙들고 지껄여 댔다. 그런데 그게 다 맞는 소리여서 금새 유명해졌다. 머리의 부스럼도 신이 내린 다음부터 공연스레 꾸덕 꾸덕해지더니 진물이 마르고, 모르는 사이에 낫고 말았다. 그녀는 이렇게 신이 내리면서 네 살 때부터 내내 괴로움을 주던 병에서 해방된 것 이다. 그녀는 양어머니에게서 내림굿을 받았다. 처음 신이 내렸을 때는 점만 쳤다(pp. 102-103).
대부분의 젊은 무당들은 애정에 굶주려 있다. 가족으로부터 소외되는 경우가 많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잘 삐지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이 부족하다. 그래서 신어머니로부터 받는 애정은 같은 처지에서 그들을 이해해 준다는 점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신어머니의 애정과 인정은 바로 직업인으로서의 성공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굿을 잘 하고 또 굿판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야 기왕에 나선 무당 세계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는데 바로 그 길을 열어 주는 사람이 신어머니이기 때문이다. 신어머니 입장에서도 신딸이나 신아들은 중요한 존재이다. 대개 갓 신이 내린 사람들은 점 손님이 많다. 점을 치는 손님이 많아야 굿을 할 기회가 많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답답한 사람이 점을 치게 마련이고 그러다가 보면 굿을 해서 풀어야 할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미숙하여 독자적으로 굿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신어머니에게 의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신딸이나 신아들이 많다는 것은 수입원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이 들은 서로 공생 관계에 있다. 그러나 경제적 공생 관계에 있다고 해도 신어머니는 적당한 선에서 위엄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 신딸들은 신어머니만이 아니라 동료들과의 관계도 중시하면서 처신을 잘 해야 신이 맺어 준 한 가족이 될 수 있다. 신어머니에게는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없 다는 부모의 마음이 필요하고, 신딸들은 친정 어머니를 대할 때의 믿음이 요구된다. 그리고 신의 동기간에는 서로에 대한 연민이 없이는 진정한 관계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신어머니는 공정해야 한다(pp. 116-117).
꿈을 꾸면 자꾸 도령이 와서 산에 가자고 했다. 멍한 상태였지만 그래도 정대복은 신을 받아들이지 않고 버텼다. 그랬더니 불과 여섯 달 동안에 아버지, 오라버니, 그리고 작은 오라버니의 세 살난 계집아이가 죽었다. 아버지와 오라버니는 그녀가 무당되는 것을 강력하게 반대한 사람들이었다. 정대복은 아버지야 나이가 연만하여 돌아가셨다고 생각하지만 큰 오라버니는 신의 벌전(벌)으로 죽었다고 느끼고 있다. 집에 찾아와서 모셔 놓은 신상을 모조리 부수면서 정대복이 신을 받는 것을 몹시 방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그녀는 조카의 죽음을 몰랐다. 나중에 점을 치면서 그 세 살짜리가 그녀에게 동자신으로 들어왔다. 그 때서야 비로소 조카가 죽은 것을 알았는데 동자신이 영험하다고 소문나서 한때 잘 불렸다고 한다.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겪으면서 정대복은 고집을 꺾었다. 이젠 무당 노릇을 안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었다. 정대복은 내림굿도 안 하고 그냥 집에서 점 손님을 받기 시작했다. 그녀가 처음 점을 치기 시작한 집도 신의 뜻에 의해 살게 된 것으로 믿고 있다(p. 128).
정대복은 남편 없이 아들과 딸을 키웠다. 자식들은 모두 똑똑해서 공부를 잘 했다. 공부를 잘하는 만큼 사회적으로도 성공하고 싶어했는 데 무당 어머니의 존재는 상당한 걸림돌이었다. 자식들이 아직 어려 예민한 나이였을 때 특히 힘이 들었다. 누가 집 근처에서 무당집이 어디 있느냐고 찾으면 당장 다음 날 이사갈 집을 알아 보러 나가야 했다. 무당집은 시끄럽고 티가 나게 마련인데 아이들은 그걸 끔찍하게 못 견뎌했다. 무당집인 것이 주변에 알려지면 그 즉시 이사해야 했다. 그렇게 한 해 스무 번 이사를 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정말 피를 말리는 고통은 자식이 혼인을 할 때였다. 상대방쪽에서 어머니의 직업을 알고 혼인을 작파하는 데는 죽고 싶었다. 신이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실제로 죽으려고 한강에 간 적도 있었다. 다리에서 내려다 본 물이 무서워서 죽지 못하고 돌아 왔지만 그 아픔은 처음 무당이 내릴 때보다 더 했다
지금이라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딸은 미국에 사는데 20년 이상 어머니가 무당을 그만두면 모시겠다는 말을 하면서 의절하고 지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딸의 시집은 물론 손주들도 아직까지 정태복 이 무당인 것을 모른다. 하지만 지난 팔순 때 딸은 어머니를 보러 왔었다. 이제 아들은 더 이상 어머니의 일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며느리가 교회 집사이고, 사돈이 전형적인 기독교 집안이어서 불편하다.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보지 않는다. 가끔 아들이 와서 자고 가면서 어머니와의 관계를 유지할 뿐이다
정대복은 자식들에게 신이 내리지 않아 정상적으로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세상에 무당같이 험한 팔자가 어디 있으랴. 그래도 무당이 되어 돈을 벌어 자식들 공부시키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녀는 펄쩍 뛰었다. 무당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자식들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장사에도 소질이 있었고, 친정도 부유했기 때문에 무당의 팔자만 피할 수 있었더라면 그녀는 훨씬 행복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다. 무당이 되어 사람 대접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도 한이 맺히지만 무엇보다 자식에게 떳떳하지 못하고 창피하다는 것이다. 지금도 자식들에게는 미안한 마음뿐이다. 하지만 정대복은 평생 신을 모시면서 깨끗하게 살아왔다는 긍지가 있다. 무당 중에는 바람이 나는 사람도 있고, 돈만 밝히는 사람도 있고, 세상사가 그렇듯이 별 사람이 다 있지만 그녀는 한눈팔지 않고 오직 굿만 해 왔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벌지도 못했다. 재물에 욕심이 없어 지금 살고있는 작은 집이 유일한 재산이다. 외롭게 살아온 정대복은 수양딸, 수양아들을 많이 두었다. 신기가 있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 중 누구도 무당을 만들지는 않았다. 가능하면 그 팔자를 피하게 해 주어야지 왜 무당이 되게 하느냐는 것이다(pp. 140-142).
의외로 무당들은 단순하고 순진하다. 평소에는 함부로 남을 믿지 않다가 제 꾀에 제가 넘어 가는 식으로 쉽게 속기도 잘 한다. 대개는 학력이 낮은 탓이기도 하고, 평소에 정상적인 대인 관계를 갖지 못하는 데서 오는 미숙함일지도 모른다. 게다가 자기가 모르는 세계에 대해서 무조건적으로 동경하는 경향이 크다. 나이에 관계없이 무당들은 약을 좋아한다. 특히, 외국말이 쓰여 있는 약이라면 더 신봉하는 경향이 있다. 워낙 굿하는 일이 힘들기 때문에 약이 필요할 것이다. 무릎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졸리기도 하고, 무당의 병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래서 굿판에 갈 때는 박카스나 원비디 같은 것을 사 가는 것이 예의이다. 하지만 아무 근거 없는 외국의 약들을 보약이라면서 마구잡이로 먹는 것을 보면 접이 날 만큼 세상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이 신이 들리고 무당이 되는가 하는 것은 여러 사례가 발표되고 연구도 되었다. 남녀노소,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신들릴 수 있다는 원칙론 외에 경제적, 정신적으로 억눌린 여인들이 무당이 되는 경우가 많다는 의견도 있고, 강신무 역시 집안으로 무당이 되는 내력이 있다는 생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신들린 무당 가운데는 고모나 할머니, 이모 등 혈연적으로 가까운 사람 중에 무당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것이 문화적 친근성 때문인지 아니면 정말 혈통적인 문제인지는 쉽게 가려지지 않고 있다. 무당이 되는 원인 가운데 사회적인 소외도 그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무당들 중에는 사회에서 억울한 일을 당하고 도저히 그것을 삭일 수 없어 신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pp. 166-167).
무당들은 고독하다. 대부분 가정 생활이 순탄치 못하여 남편과 남남처럼 지내거나 혼자 사는 경우도 많다. 자식과의 관계 역시 편안하기가 어렵다. 평생 무당 자식이란 굴레를 벗을 수 없는 자식들은 부모가 어떤 희생을 치르고 키웠다고 해도 감사하기보다는 엇나가기가 쉽다. 게다가 장성하여 부모와 다른 신앙을 갖게 된다면 이 경우는 전쟁을 방불한다. 무당 일을 그만 두기 전까지는 부모와 의절할 수밖에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갖게 되어도 자식은 조금도 그 사실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없다. 다만 아직도 미신에 빠져 있는 무당 부모가 안타깝고 하필 그런 팔자를 타고난 자신의 처지가 기막힐 따름인 것이다. 그래서 남편도 자식도 없이 살아가는 많은 무녀들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살게 마련이다. 젊었을 때 굿해서 번 돈은 가족들과 친정 식구들 부양에 다 들어가고, 빈털터리가 된 늙은 무당이 굿판에서 젊은 무녀의 뒷바라지나 해 주면서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p. 173).
세습무는 집안으로 내려온다. 누구도 부모를 선택할 수 없으니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당이 된다. 신들린 무당은 신에게 선택되어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신을 받지 않으면 견디기 힘든 괴로움을 겪는다. 그 중 가장 무서운 것은 ‘인다리’라고 하는 가까운 가족의 죽음이다. 무당이 되지 않으면 신의 벌을 받아 가족이 대신 죽는다고 믿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무속 신앙에 나타난 신의 선택은 아주 집요하고 잔인하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을 선택하여 끝까지 물고늘어지고, 결국 모시게 만드는 신에 대해 무당은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일단 무당이 된 이상 신을 의지하지 않고는 살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지고 살아가야 할 짐이 너무 무거워서 때로 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자신을 따돌리는 사회를 증오하게도 된다. 그런 무당의 처지는 많은 경우 절제되기 어려운 정서적 불안정으로 나 타난다. 상당수의 무당이 변덕스럽고 욕심 많다는 인상은 이런 상황에 연유한다. 무당은 딸네 집 굿을 가도 자루 아홉 개를 가져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욕심이 과하다는 것인데 이에 관해 무당들은 딱히 자기가 탐욕스러운 것이 아니라 귀신이 그렇다고 변명을 하기도 한다. 하여튼 무당이 욕심 많은 것은 당연시되고 있다. 왜 그럴까. 어쩌면 그것만이 무당이 보상받을 수 있는 유일한 대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존경을 받는 사제자도 아니요, 사회적인 신분이 보장된 것도 아닌 누구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하는 무당은 그 보답으로 물질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타당한 원인은 역시 정서적 불안이라고 하겠다(p. 175).
무속의 리얼리즘
사람들이 점을 치는 심리는 다양한 것처럼 보인다. 단순한 호기심에 장난처럼 친구를 따라가 점쟁이가 얼마나 자신의 상황을 짚어 내는지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고,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점쟁이 말에 전적으로 의지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는 남의 돈을 공으로야 먹겠냐면서 그래도 뭔가 맞는 게 있을 것이라고, 또 인생이라는 게 좋은 것은 몰라도 나쁜 것은 맞는 법이니 미리 알아서 예방하는 편이 낫다는 등 나름대로 합리적인 이유를 대면서 찾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 의식 밑바닥에 깔린 것은 별로 다르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안과 행복하게 살고 싶은 욕구가 사람들로 하여금 점을 치게 만드는 것이다. 점을 치는 모습을 보면 그가 점 문화에 익숙한 사람인지 아닌지 쉽게 판가름할 수 있다. 처음 온 사람들은 대개 점쟁이에게 자신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다. 그냥 알아서 맞춰 보라는 식으로 뻣뻣하게 앉아 있다. 코앞에 앉아 의심스런 눈초리를 감추지 않으면서 탐색 하다가 점쟁이가 헛다리를 짚으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의기양양 가버린다. 마치 점쟁이가 모두 엉터리라는 것을 증명하러 오기라도 한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솔직히 돈만 버리고 매우 실속 없어 보인다. 본인도 허무할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행여 점쟁이가 사소한 것이라 도 자신의 문제를 짚어 언급하면 갑자기 반가움을 금치 못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는 정신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사람일수록 점쟁이 말에 빠져들어 소위 폭삭 엎어지는 경향이 많다는 점이다. 점쟁이 말을 믿고 싶은 나머지 자신에게 유리한 말만 확 대 해석하고 나중에는 자기가 한 말과 점쟁이의 말을 마구 뒤섞어 그를 무불통지의 신통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이런 부류의 손님들이다.
하지만 점을 많이 쳐 본 사람은 점쟁이의 신통력을 시험해 보는 그런 사소한 일에 연연하지 않는다. 점을 치러 온 목적이 점쟁이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잘 맞추는지 아닌지 알아 보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앉자마자 가능한 한 자세히 현재 본인이 처한 상황을 설명한다. 또한 어떤 문제가 생겨서 의논을 하러 왔는지 그 목적도 분명히 일러 준다. 그래서 점쟁이가 공연히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주어진 정보를 근거로 신을 부르든, 쌀을 던지든, 육갑을 짚든, 하여튼 자기 방식으로 생각을 정리하여 점을 잘 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런 사람의 경우 점을 치는 과정은 일종의 카운셀링이다. 자기 문제를 솔직히 털어놓으면 점쟁이는 신이 준 어떤 감을 근거로, 또는 육갑을 풀어 나온 자료들을 가지고 상대의 상황에 맞추어 조언을 해주 는 것이다. 설사 신적인 것이 통하지 않는 경우라 할지라도 점쟁이들은 직업을 통해 인간 세상에 일어나는 수많은 사례들을 접하고 알고 있기 마련이어서 어느 정도 객관적인 해석을 내려줄 수도 있다고 생각 한다. 점치는 것이 진정 카운셀링의 효과가 있는지는 검증된 바가 없지만 점쟁이들 자신으로부터 이런 식으로 점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긴 자신의 문제를 털어놓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 치유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점을 치는 사람들이 원하고, 점쟁이가 제시하는 인생의 답은 무엇일까. 대개의 경우 그 답은 상식적인 것들이다. 사람의 일생은 비슷비슷해서 특별한 경우는 드물다. 태어나 나이가 차면 결혼하고, 가정을 꾸려 살다가 자녀가 성장하면 자리를 물려주고 결국 죽는 것이다.
그것이 자연인의 운명이다. 그래서 특별한 이슈가 없이 점을 치러 가면 점쟁이는 일 년 동안의 운수를 달별로 짚어 준다. 어느 달은 운이 좋고, 어느 달은 나쁠 가능성이 있고, 어느 달은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운은 시기에 따라 움직이는데, 우리 생활과 밀착된 내용이 많다. 기혼 여성은 가정의 건강, 남편의 일, 그리고 아이들의 교육이 문제가 된다. 7, 8월에는 물가 조심하라는 말이 빠지지 않고, 추위에 돌아가시는 노인이 많은 탓인지 겨울에는 상갓집 음식을 먹지 말란 말이 많이 나온다. 정월에서 3월 사이에는 승진수나 이동수가 있다. 자녀 나이에 따 라 대학 진학 문제도 반드시 등장한다. 미혼이라면 당연히 결혼과 장래, 직업 등이 점의 내용이 될 것이다.
만약, 특별한 문제를 가지고 찾아갔다면 점쟁이는 보다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기본은 때를 기다리는 것이다. 점을 치러 온 사람은 대개 다급한 심정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랬다고 그럴 때야말로 한 걸음 물러나서 사태를 객관적으로 보는 여유가 필요하기에 점쟁이는 늘 조금 기다려 볼 것을 권한다. 두번째는 과한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성급한 결정은 욕심이 앞을 가릴 때 내리는 법이고, 결국 실패의 원인이 된다. 욕심을 버리고 기다리면 시기도 가릴 수 있고, 성공은 못 할지라도 큰 실패는 면할 수 있다. 하지만 점을 치러 올 만큼 급한 사람 에게 착한 마음으로 기다리면 풀릴 때가 있다고 막연히 말한다면 고객을 잃기 십상이다. 그래서 어느 닭, 언제쯤 운이 들어오니 그 때까지 기다리면 좋은 일이 있을 게라는 대답이 흔하다. 점을 칠 때 나오는 이러한 해답의 특징은 일의 성패를 가름할 때 인간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이다. 점에서는 어느 성씨를 조심해라, 또는 어디서, 언제 귀인이 나타난다는 등 다른 사람을 통해 운이 바뀐다는 내용이 많다. 사람은 혼자 사는 존재가 아니고, 세상에는 독불장군이 없다. 인간은 가정과 친척, 이웃, 직장, 지연과 학연 등 복잡하게 얽힌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일이 잘 되고 못 되는 것은 개인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이처럼 관계 속의 인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점의 특징 중 하나이다. 관계를 중시한다는 성격은 점보다 굿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아무리 점을 쳐도 답답한 사람은 결국 굿을 한다. 그런데 점과 굿은 그 성격이 상당히 다르다. 점이 폐쇄적이라면 굿은 공개적이다. 점은 점쟁이와 점을 치러 온 사람의 일대일로 문제가 제기되고 풀린다. 하지만 굿은 열려진 의례이니 공개적인 자리에 문제를 부쳐 보는 것이다. 굿은 개인이나 집안의 문제가 열려진 토론의 장으로 나가는 것이고 굿판은 가까운 가족이나 친척, 이웃이 모여 다 함께 문제를 풀어 가는 장이다. 이처럼 여러 사람의 중지를 모아 살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굿은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공개적인 카운셀링이라고 할 수 있다.이러한 굿의 성격은 마을굿이나 집굿이 같은 양상을 보인다. 마을굿 에서는 그 마을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가 대잡이를 통해 제시된다. 주민들이 모두 모인 가운데 문제가 제기되고, 대잡이의 반응은 곧 신의 지지를 얻은 여론의 반영이기도 한 것이다. 집안의 일이 영 풀리지 않아 굿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존재는 조상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아직 산 사람과의 갈등이 풀리지 않은 조상이 문제가 된다. 많은 집굿에서 살아 생전 며느리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시부모가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조상의 넋이 실린 무당의 입을 통해 아들이 두 번이나 입시에 실패하고, 본인의 몸이 늘 무겁고, 게다가 최근 남편의 사업까지 부진한 까닭은 결국 시부모의 영혼이 편치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가 밝혀진다. 처음 무당을 통해 상황을 판단한 사람들은 시부모의 입장이 되어 며느리가 했던 행동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서 나무란다. 하지만 죽은 조상이 생전의 한 때문에 자손을 괴롭힌다는 것 역시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은 못 된다. 그래서 다시 여론은 이제라도 굿을 벌여 시부모에게 용서를 구하는 며느리를 긍정하는 쪽으로 돌아간다. 결국 며느리는 공개적으로 죽은 시부모와 가족, 친척, 이웃으로부터 용서를 받는다. 굿을 통해 관계 속에서의 자기 존재를 다시 자리매김하는 것이다. 이처럼 굿은 신과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그런데 점을 치고 그 결과에 따라 굿이나 다른 의례를 행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재미있는 바가 있다. 이런 행위는 한 인간이 삶을 보는 태도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미래가 이미 확정된 것으로 믿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미래는 정해진 것이며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다. 그러나 자기 운명을 점치러 가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 운명론자가 아니다. 그 밑바닥에는 가능하면 운명을 바꿔 보겠다는 의지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운명은 있되 인간이 바꿀 수도, 또는 어느 정도 피할 수도 있다는 것이 정작 그들의 속마음이 아닌가, 그래서 그들은 우선 미래의 운명에 관해 알기를 원하고, 안 다음에는 그것을 바꾸거나 피할 도리를 찾게 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점치고 그 결과에 따라 긋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적극적인 인생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면에서는 공격적인 사람들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우리 역사에서 고통을 가장 몸으로 체험한 계층은 바로 굿을 했던 민중들이었다. 그들은 역사가 주는 아픔을 가장 밑바닥에서 겪어야만 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그들을 살아남게 만든 힘은 어디에 있었을까. 아무리 험한 위기라고 해도 어떻게든 벗어나는 지혜, 그러면서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저력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살아남았을 것이다. 무속은 바로 그런 지혜를 다양한 모습으로 보여 주고 있는데 어쩌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인생관도 그런 지혜의 하나일지 모른다.
무당 불러 긋하는 일은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굿은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의 것이다. 위험을 피하고 풍성한 수확을 얻어 들이기 위한 수많은 노력 중의 하나일 따름이다. 사람의 일에는 사람의 힘만으로 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법이고, 굿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삶의 위험을 당해 본 사람이 최후로 선택한 또 다른 삶의 전략인 것이다. 인간의 힘으로 안 된다면 귀신의 힘을 빌어서라도 이겨내고 싶다는, 또는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삶의 의지가 그들로 하여금 굿을 하게 만든다. 그런 삶의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 그러니까 자꾸 위축되고 졸아드는 우리 삶의 상황을 본래의 활기찬 곳으로 데려가기 위한 방안의 하나가 바로 굿인 셈이다. 굿은 마지막 시도이다. 하지만 가장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시도이다. 굿이 있어 오늘도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많다(pp. 274-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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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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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조직을 운영하는 나름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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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교수는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그 중에 하나가 천안에 있는 국립생태원장을 3년 여간 맡은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조직의 장으로서 그것을 어떻게 운영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그는 그것을 경영 십계명으로 정리했다.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이전의 책 『숲에서 경영을 가꾸다』로 읽었는데 최근 이 제목으로 개정됐다.
최재천의 경영 십계명
하나, 군림(君臨)하지 말고 군림(群臨)하라
둘, 가치와 목표는 철저히 공유하되 게임은 자유롭게
셋, 소통은 삶의 업보다
넷, 이를 악물고 듣는다
다섯, 전체와 부분을 모두 살핀다
여섯, 결정은 신중하게, 행동은 신속하게
일곱, 조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치사하게
여덟, 누가 뭐래도 개인의 행복이 먼저다
아홉, 실수한 직원을 꾸짖지 않는다
열, 인사는 과학이다(p. 90).
아홉, 실수한 직원을 꾸짖지 않는다
나는 어려서 야단을 참 많이 맞으며 컸다. 아버지가 워낙 엄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내가 야단맞을 짓을 많이 한 게 사실이다. 성인이 된 후로는 침착하고 꼼꼼하다는 평을 많이 받았지만 어렸을 때에는 산만하고 덤벙댄다고 늘 혼이 났다. 아버지는 산보하러 나가실 때 내게는 알리지 않고 동생들만 몰래 데리고 나가시곤 했다. 나를 데리고 나가면 땟국이 흐르는 손으로 자꾸 길 가 모든 가게의 쇼윈도를 문지르며 걷질 않나, 재래시장에서는 과일이나 채소를 죄다 만져보고 이리저리 옮기질 않나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었단다.
나는 안다. 내가 만일 늦게 태어나 요즘 자라고 있으면 거의 영락없이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진단을 받고 약에 취해 살았을 것이다. 그 당시 통행금지가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나는 새벽까지 싸돌아 다녔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종아리도 많이 맞았다. 때론 동생들이 잘못한 걸 대표로 맞기도 했지만 대부분 내가 잘못해서 맞았다. 반성문도 수없이 썼다. 아버지는 내가 반성문을 하도 많이 써서 글 솜씨가 늘었다고 공치사를 하신다. 하지만 나는 야단을 많이 맞고 반성을 많이 해서 지금 이렇게 멀쩡한 어른이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대학생이 됐을 무렵에는 개과천선했어야 한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드디어 성숙한 인간이 되었다. 자발적인 동기 부여가 이뤄진 다음에야 진정한 자기계발이 일어났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나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도 야단치며 키우지 않았다. 아주 어렸을 때 몇 번 버릇을 고친답시고 혼을 낸 적은 있지만 사춘기로 접어들 무렵부터는 모든 걸 대화로 풀려고 노력했다. 평생 대학 교수 생활을 하면서도 나는 학생들에게 욕을 하거나 그들을 닦달하지 않았다. 늘 존대하며 깍듯이 성인 대접을 했다. 논문이 잘돼 가냐고 물었지 왜 논문을 빨리 가져오지 않느냐고 야단하지 않았다. 언제 한번은 연구실을 공유하는 젊은 교수가 심각한 표정을 하고 들어와 내가 학생들에게 조금만 엄하게 하면 우리 연구실의 생산성이 몰라보게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끝내 그의 요청을 받아주지 않았다. 내 아들도 혼내지 않는데 남의 아들 딸을 야단할 수는 없다고 말해주었다.
석 · 박사 과정 학생들을 호되게 야단치며 일하면 단기간에는 분명히 더 많은 연구 업적을 뽑아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 까지나 연구실과 연구실 대표인 교수에게 좋은 일일 뿐 정작 학생의 발전에 좋은지는 명확하지 않다. 석사와 박사 학위는 사실 그 분야 최고 전문가가 되었다고 주는 게 아니다. 이제 혼자서도 연구를 수행할 능력을 갖춘 독립적인 연구자가 되었다며 일종의 연구 자격증을 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내 연구실을 떠난 후에도 훌륭한 연구자로 서려면 스스로 연구하고 그에 따라 자기 삶을 운영할 능력을 길러야 한다. 야단을 많이 맞는 학생은 야단을 맞지 않으려 노력할 뿐 근본적으로 더 훌륭한 학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장은 남이 키워주는 게 아니라 스스로 크는 것이다.
찔레동산을 만들 때 일이다. 내가 조사해보니 우리 시인들 중에서 찔레꽃을 소재로 시를 쓴 이가 한둘이 아니었다. 퍽 많이 알려진 유명한 시인들도 여럿 조사됐다. 그래서 나는 관람객 유인 차원에서 해마다 시비를 하나씩 만들고 그 시인을 초청해 명명식과 더불어 시 낭독회를 열자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시집과 수학책이 함께 팔리는 희귀한 나라다. 김용택 시인은 사람들이 시를 읽는 것은 사회가 흉흉해서 그렇단다. 어쨌든 우리는 찔레꽃 시비 건립 장기 계획을 세우고 그 첫 타자로 장사익 노래 시비를 제작하기로 했다. 이 일을 담당한 직원은 수시로 내게 보고도 했고 명명식 전날에는 완성된 비석 사진도 메신저로 보내왔다. 하지만 막상 제막식을 거행하러 장사익 선생을 모시고 행사장에 당도한 나는 흰 천으로 덮여 있는 시비의 크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람 키보다 훌쩍 커서 족히 2m는 돼보였다. 아니 첫 시비를 이렇게 크게 만들어 세우면 앞으로도 계속 비슷한 크기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다보면 찔레동산은 몇 년도 못가 찔레꽃 덤불 위로 희고 거대한 비석들이 삐죽삐죽 올라와 있는 을씨년스러운 곳으로 변할 게 아닌가? 내가 그린 찔레동산의 모습은 소담스레 피어 있는 찔레꽃 사이를 걷다 이따금 나지막한 어느 시인의 시비가 나타나면 걸음을 멈추고 시의 향내에 젖어보는 모습이었다. 그 직원이 내게 사진을 보내줄 때 크기를 가늠할 수 있도록 곁에 다른 물건을 함께 두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그냥 비석 사진만 덜렁 보내주는 바람에 나는 크기를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뒤늦게 내 기획을 알게 된 그 직원은 그야말로 몸둘 바를 몰라 했다. 나는 그를 야단치기는커녕 할 일을 줄여줘 고맙다고 덕담 아닌 덕담을 던졌다. 이제 다른 시인의 시비는 꿈도 못 꾸게 됐으니 일이 줄었다며 익살스럽게 고개까지 숙였다. 그는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실수한 직원은 자기가 실수했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런 직원에게 너 왜 실수를 저질렀냐고 짓밟아본들 그가 갑자기 더 훌륭한 직원으로 거듭난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나는 그를 처벌하지 않았다. 그저 조금 귀엽게 나무랐을 뿐이다.
생태원을 떠나기 불과 며칠 전 그가 수줍게 원장실로 들어왔다. 그러더니 내게 작은 상자 하나를 건네주였다. 그 안에는 그가 정성스레 만든 브로치 한 쌍이 들어 있었다. 은행을 주워 예쁘게 색칠하고 핀을 달아 만든 브로치는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그는 외국 출장을 갈 때마다 공항 검색대에서 늘 '특별 대우'를 받는 사람이다. 일행은 모두 아무 문제없이 통과하는데 그는 거의 언제나 따로 불려가 짐 수색을 당한다. 그는 말하자면 임꺽정이 살아 돌아온 듯한 그런 사람이다. 밤을 새우며 그 예쁜 브로치를 만드는 그의 모습이 상상하기 어려웠다. 내가 생태원을 떠나며 받은 선물 중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을 선물이다.
완벽한 결과를 얻으려고 직원들을 닦달하지 말고 과정을 완벽하게 다듬는 노력을 해야 한다. 자신의 임기 동안에 업적을 남기는 게 목적이라면 무자비하게 밀어붙이는 게 방법일 수 있지만, 그런 식으로 해서는 조직의 성장에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스스로 성장하는 시기를 늦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되는 기업도 중장기를 위해 과정에 대한 노력을 쏟을진대, 대학이나 정부의 산하기관처럼 정해진 예산을 가지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기관의 장이라면 반짝 업적보다 기관의 미래를 담보해줄 체력을 갖추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조직이 성장한다는 것은 결국 그 조직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의미한다. 원래 적당한 용도에 적절한 재목을 써야 한다는 사자성어였는데 어떤 일에 적절한 재능을 가진 사람에게 적합한 지위나 임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미로 더 자주 쓰이는 적재적소(適材適所)는 우리가 흔히 듣는 말이다. 적재적소만 이룰 수 있으면 성공은 맡아놓은 일이다.
나는 여기에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적어도 조직의 리더에게는 적재적소를 넘어 과재적소(過材適所)를 제안한다. 자격도 없는 리더가 이른바 낙하산을 타고 내려와 조직을 망치는 경우가 많은 마당에 적재적소만 해도 감지덕지라고 생각하겠지만, 그저 그 정도의 그릇인 사람이 조직의 리더가 되면 그저 그 정도의 일만 할 수 있을 뿐 조직을 더 높은 단계로 이끌 수 없다. 능력이 넘치는 사람이 조직을 맡으면 주어진 임무는 임무대로 완수하면서 남는 시간에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적재적소도 되지 않아 탈이지만 능력이 가작인 사람은 늘 허덕이며 겨우 임무를 완수할 수 있을 따름이다. 게다가 그런 리더는 대개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능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하고 조금 더 높은 다음 자리를 탐하기 마련이다. 지금 조직을 자신의 영달을 위한 발판으로 사용하려 한다. 본인의 업적에 연연하지 않고 조직의 미래를 걱정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조선왕조는 500년 이상이나 지속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장수 국가다. 후기에 와서 명분과 당파로 빠지는 붕당정치의 퇴행적인 모습도 보였지만, 조선은 기본적으로 힘에 따른 패 도정치가 아니라 명분과 의리로 국민을 설득하고 포용하는 왕도정치를 펼쳤다. 강제적인 법 집행에 의지하는 법치보다 이해와 포용의 덕치를 우선하는 성리학적 통치철학이 장수 비결이다. 국사학자인 정옥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저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선비》(2002)에 따르면, 조선 시대 지식인인 선비는 오늘날의 가벼운 지식인과 달리 "꼿꼿한 지조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강인한 기개, 옳은 일을 위해서는 사약 등 죽음도 불사하는 불요불굴의 정신력, 항상 깨어 있는 청청한 마음"을 지녔다.
나는 국립생태원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이 시대 선비로 생각하고 그들을 규율과 무사안일의 틀 속에 가두지 않고 자율과 도전의 장으로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일터를 놀이터로'라는 구 호를 내걸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려 애썼더니 엉뚱한 효과가 나타났다. 사내결혼이 장난 아니게 많아졌다. 점심식사 후 둘이 산책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싶으면 얼마 후 청첩장을 들고 원장실에 나타났다. 과학 실험실에서는 종종 결혼이 성사되는데 이상하게 내 연구실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어 의아했다. 다른 연구실에서는 흔한 일인데 왜 그럴까 싶었는데 내 연구실 출신 두 여성 연구원도 생태원에서 짝을 찾았다. 그래서 우리끼리는 국립생태원을 '번식생태원'이라 부르기도 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오랫동안 세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살기 편해지면 출산율은 저절로 오르기 마련이다. 조선왕조가 내내 태평성대를 누린 건 아니겠지만 500년 이상 존속된 것을 보면 다른 왕조에 비해 민초들의 삶이 늘 팍팍했던 것은 아닌 듯 싶다. 나는 딱히 성리학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직원을 덕치로 섬기는 원장이 되고 싶었다(pp. 147-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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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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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늙고 돈 없으면 사람 대접받기 어려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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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 60세에 퇴직해 겪은 임시직에 대한 이야기다. 시급 노동자로 버스회사 배차 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 버스터미널 보안요원 등을 전전하다 다쳐 7개월간 쉬고 다시 주상복합 건물에서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다.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노인은 빈곤한다. 그래서 죽을 때까지 일해 벌어 먹어야 한다.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대부분 임시 계약직이고, 삶의 벼랑 끝에 내몰린 이들은 끽소리 못하고 혹사당하다 병들고 죽어간다. 이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작은 교회 목사들의 노후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의 노후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기에 공감하며 읽었다.
밥 손님?
점심때면 인근 식당에서 여러 회사의 배차원들과 운전기사들이 함께 밥을 먹었다. 버스 회사는 운전기사들에게는 6000원 짜리 식권을, 배차원들에게는 4000원짜리 식권을 줬다. 식당 밥값은 한 끼에 6000원이지만 버스 회사 영업부장이 식당 사장과 협의해 배차원은 4000원만 받도록 한 것이다. 식당은 협상을 받아 주지 않으면 6000원을 받을 수 있는 운전기사들까지 다른 식당으로 빼앗길까 봐 어쩔 수 없이 배차원들의 밥값을 싸게 해주었다.
그러니 배차원들은 눈칫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식당 사장은 운전기사들이 오면 웃음으로 맞지만, 배차원이 오면 쳐다 보지도 않았다. 특히 손님이 붐비는 시간에 가면 아주 싫어해서 우리는 오전 11시 이전이나 오후 2시 이후에 밥을 먹어야 했다. 손님이 아니라 거의 '밥도둑'에 가까운 취급이었다.
쌈밥이 나왔기에 식당 주인에게 "손 좀 씻을게요" 했더니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저기 공동 화장실 가서 씻어요. 그 밥값으로는 수도 요금도 안 나와요. 배차 계장들이 무슨 밥을 저리도 많이 먹어 대는지 원." 그리고 숨기는 기색 없이 잔반을 상에 올렸다. 4000원짜리 밥을 먹는 몇 명의 군소 버스 회사 배차원들은 습관처럼 서로에게 물었다. "이 반찬, 누가 먹던 거 아닐까?" "이 밥, 누가 남긴 거 아니겠지?" "어째 생선이 이렇게 쪼가리로 나올까?" 이런 말을 듣다 보면 밥맛이 나지 않았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나자 먹다 남긴 음식이라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주린 배를 채우게 됐다. 불과 일주일 사이에 비위가 달라진 것이다. 스스로도 놀랄 만한 변화였다. '적응'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pp. 32-33).
"공부 안 하면 저렇게 된다"
음식물 잔반통을 씻어 내는 일은 언제나 힘들다. 통 안쪽 벽에 음식물 찌꺼기가 얼마나 단단히 눌어붙어 있는지, 거친 솔로 문질러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강한 수압으로 수돗물을 분사해 씻다 보면 온몸이 흥건히 젖는다. 물기를 막으려고 장화를 신고 솔로 문지르는 모습이 불쌍해 보이는지 할머니들이 삶은 고구마를 건네기도 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 괴로운 작업 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물이 튈까 봐 얼른 피하듯이 지나간다. 그런데 아빠와 놀러 가는 차림새의 어린이가 멈춰 서더니 한참을 날 쳐다보고 있었다. "아빠, 저 경비 아저씨, 참 힘들겠네." 아빠가 대답했다. "응, 많이 힘들 거야. 너도 공부 안 하면 저 아저씨처럼 된다. 그러니 공부 열심히 해야 해." 창졸간에 나는 공부를 안 해서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어이가 없어 아빠를 한참 쳐다봤더니 무안했던지 종종걸음으로 사라졌다. 이런 일이 공부를 못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말은 처음 들었다. 나는 한참을 멍하니 서있었다. 그래도 저녁에 일을 하려면 밥은 먹어야 했다. 오늘도 지하실의 퀴퀴한 냄새에 적응하려 애쓰며 도시락을 꺼내 들었다. 지하실 천장은 죽음의 가루'라는 석면으로 돼있다. 그러니 지하실에 머무르는 시간은 짧을수록 좋다. 밥을 먹는 데 걸리는 시간은 3분 정도다. 길어도 5분을 넘기지 않으려 한다. 군인보 다 빠르다. 지하실을 보금자리로 살아가는 고양이가 밥 먹는 내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밥알이 바닥에 떨어지자 어디선지 개미떼가 새카맣게 몰려들었다. 문득 처량한 생각이 들었다. 정말 공부를 안 해서 이렇게 된 것일까?(pp. 103-104).
경비원은 사람이 아니다
차단기 사건의 여진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됐다. 관리사무소의 이유 없는 질책이 한동안 계속됐다. 시름에 잠겨 있는 내가 불쌍해 보였는지 이 아파트에서 10년 넘게 일한 선배가 나를 찾아 왔다. 그는 내가 처음 왔을 때 길어야 사흘 정도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런데 100일을 넘기는 것을 보고 상당히 놀랐고, 100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또 놀랐다고 했다. 그가 내 손을 잡더니 또박또박 말했다. "자네는 경비원도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네.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폐기물 더미에서 숨을 쉴 수 있겠는가? 사람이라면 어떻게 이런 초소에서 잘 수 있겠어? 사람이라면 어떻게 석면 가루가 날리는 지하실에서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자네가 사람으로 대접받을 생각으로 이 아파트에 왔다면 내일이라도 떠나게. 아파트 경비원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경비원은 할 수가 없어."
이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고통에서 해방되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래, 나는 인간 대접을 받자고 이 아파트에 온 것이 아니다. 그러니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하더라도 서러워 말자. 다만 경비원으로서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자. 지금까지 했던 실수와 잘못을 바둑을 복기하듯 기록해 봤다.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으로 그 기록을 몇 번이고 다시 읽었다(pp. 122-123).
세 번째 해고
징계 소동은 한바탕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자치회장의 심기를 거스른 죄는 결국 용서받지 못했다. 나는 결국 "계약 기간이 만료되었으며 재계약을 하지 않겠다"라는 통지를 받았다. 경리과장이 근무복을 반납하라고 했다. 옷을 챙기러 지하실에 갔더니 습기 때문인지 점퍼에 곰팡이가 넓게 퍼져 있었다. 관리사무소는 세탁해서 반납하라고 했다. 세탁소에 맡기려 했더니 주인이 받으려 하질 않았다. "원 곰팡이가 이렇게 많이 폈어요? 이 정도로 심한 곰팡이까지 세탁해 주는 세탁소는 없어요." 나는 근무복을 금액으로 변상했다.
빌딩과 아파트, 두 곳을 오가면서도 나는 일에 소홀한 적 이 없었다. 힘든 노동과 쏟아지는 졸음을 참으면서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열심히 일만 한다고 해서 일터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빌딩에서는 본부장 사모님을 몰라본 죄로 잘렸고, 아파트에서는 자치회장의 심기를 거슬려 잘렸다. 잘린 사람은 나 하나가 아니었다. 그날 화단에 양동이로 물은 퍼부었다는 똑같은 죄목으로 자치회장의 노여움을 산 경비원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는 경비반장이었다. 자치회장은 그를 징계위에 회부하지 않고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시켜 버렸다. 강등은 그냥 구두로 명령하면 된다. 그러나 경비원의 세계에서 경비반장이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되면 본인이 버틸 수가 없다. 결국 그는 스스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난 다시 실업자가 됐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삶의 무게가 온몸으로 느껴졌다. 내게는 가족이 있고 다시 일터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이젠 시급 일터가 두려웠다. 살길이 감감했다(pp. 206-207).
최저임금으로 최고의 노동을 바쳐라!
단순 노무직은 장시간 노동, 비인간적 대우, 잡균이 우글대는 비위생적 근무 환경이 일반적이다. 아파트, 고층 빌딩, 터미널의 경비, 청소, 주차 관리, 기타 허드렛일에는 쓰레기더미의 잡 균, 자동차 배기가스와 미세 먼지, 그리고 혹독한 추위와 더위가 더해졌다. 이런 직종들은 장래성이 없기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지원하지 않는다. 해보겠다고 들어온다 해도 2, 3일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이처럼 젊은이들이 견뎌 내지 못 하는 일과 기피하는 일은 고령자 차지가 된다. 젊은이가 못 견디는 일을 노인들은 견뎌 내기 때문이다. 견딜 만해서가 아니다. 견디는 것 말고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 때문이다. 고령자는 한 번 들어오면 나가라고 할 때까지 충직하게 일한다. 그래서 고용주들은 까칠한 젊은이보다 고분고분한 노인들을 선호한다. 또한 젊은이들은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꾼다. 젊으니까 이룰 수 없는 꿈일지라도 소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인들은 그런 헛된 꿈을 꾸지 않는다. 고령층은 늙은 소처럼 아무 불평이 없다. 여물만 제때 주면 제 주인을 제대로 섬기는 충직한 노복이 바로 고령층들이다. 나도 젊을 때 같으면 이런 일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지금은 견뎌낸다. 육체적 고단함도, 정신적 학대도 나이를 먹으니 견딜 수 있게 됐다. 나이에는 그런 힘이 있다. 나이가 들면 견뎌야 하는 일이 늘어나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고령자에게 견딜 수 있는 힘을 더 주신 걸까. 그러나 견뎌야 할 것들은 참 많았다. 내가 일했던 모든 시급 일터에서 고용주의 요구는 항상 똑같았다. "최저임금으로 최고의 노동을 바쳐라!" 고용주들이 자신만만하게 이렇게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시급 노동 인력들이 넘쳐 나기 때문이다. 이로써 이 나라는 가장 적은 임금으로 가장 혹독한 일을 시킬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고용주들의 소망이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다. 시급 노동자의 최저임금이 조금 오르자 고용주들은 업무량은 그대로인데도 인원을 줄이고 또 줄였다. 한 사람에게 두세 사람 몫을 하게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쉬지도 못하는 휴게 시간을 대폭 늘림으로써 무급의 노동시간을 늘려 가고 있다.
서울 평화시장에서 하루 16시간씩 미싱을 돌리던 전태일 은 근로기준법을 보듬어 안고 분신했다. 전태일 시대의 가혹한 노동은 현 시대에 단기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이 시대의 비정규직이 없어지려면 또 얼마나 많은 전태일이 스스로를 태워야 하는 것일까?(pp. 249-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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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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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탐욕은 피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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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다. 유럽은 향신료를 접하고 구입해 먹다가 결국 향신료 원산지를 찾아가 점령하고 약탈하며 부를 축적했다. 우연히 본 책이지만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집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동물 중 인간은 참으로 진절머리나는 종자다.
오직 향신료를 얻으려는 야망 하나로 지구 반대편으로 모험을 떠났던 그들의 항해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하고 있을까? 바스 쿠 다가마나 알부케르크 같은 사람들은 어떤 이념의 실현이라 든가, 오로지 땅에 대한 욕심 때문에 배를 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생존의 위기에 몰려 막다른 선택을 한 것도 아니었다. 단지 유럽인들의 사랑을 받는 향신료를 얻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며 항해에 나선 것이다. 이는 포르투갈인들뿐이 아니다. 이후에 포르투갈인들이 개척한 항로를 따라 그들의 식민지를 차지하는 일을 반복했던 네덜란드와 영국도 그랬다. 그들은 동양의 향신료를 원했고 이들의 욕망은 세계 역사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동남아시아권의 많은 나라가 유럽의 식민지가 되었고 몰라카는 그 시발점이었다. 포르투갈이 무력으로 찬탈하기 전까지 믈라카는 수많은 나라에서 온 상인들이 평화롭게 교역하던 곳이었다. 15세기 초부터 교역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여 곧 세계적인 무역항으로 발전했는데 아랍의 카이로, 메카, 아덴과 페르시아의 호르무즈 왕국, 동아프리카의 아비시니아(에티오피아), 말린디와 인도, 중국, 일본 등지에서 온 상인들이 거래할 정도였다. 굳이 이런 곳을 무력으로 침공하려고 시도한 나라는 없었다.
유럽의 패권국들이 패권을 유지하는 필요 충분 조건은 바로 '부'였다. 그리고 이는 찬탈로 시작됐다. 그들은 자원과 노동력을 찬탈하는 것으로 자기들의 부를 키워 나갔다. 믈라카도 그랬 다. 정복자들이 들이닥치면서 평화롭던 경제 활동은 중단되었고 그로부터 440년을 식민지가 되어 살아야 했다. 포르투갈은 라카 점령 후 숨 돌릴 틈도 없이 스파이스제도를 찾아 나섰다.
당시 스파이스제도는 소문만 무성한 장소였다. 위치는 대략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지점을 알려 주는 해도는 없었다. 요행히 도착한다 해도 정향과 육두구가 있는 섬이 어딘지 알 수 없었다.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다름없을 터였다. 그러나 아랍인들이 그곳 어딘가에서 라카까지 향신료를 가져오는 걸로 보아 근처가 틀림없었다. 그곳을 찾아야만 정향과 육두구를 확보해 그동안 감수한 희생을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이다. 포르투갈 정복자들은 서둘렀다. 정향 한 움큼이면 평생 먹고살 돈과 바꿀 수 있으니 어찌 마음이 급하지 않겠는가? 그들은 즉시 행동에 나섰다(pp. 3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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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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