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2-18(수)
 
  •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윤정은(북로망스 ·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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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실용서를 좋아한다. 지적인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설을 잘 안 읽게 된다. 한두마디로 요약될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단편, 중편, 장편, 대하소설을 쓰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소개받아 읽었는데 잔잔한 내용이다. 그러다 어느 한 부분이 마음을 때려 지하철에서 한참을 울었다. 실용서를 읽다가 운적은 없는데 소설은 가끔 사람을 울린다. 그래서 소설도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 나름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 상처가 후에 성장의 계기였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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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뭔 줄 알아?" 세탁기가 돌아가는 방향으로 함께 서 있던 지은이 재하에게 묻는다. 재하는 대답 대신 지은을 물끄러미 본다. 재하의 대답을 기대하고 물은 건 아니었기에 지은은 말을 잇는다."숨 쉬기. 숨 쉬기가 제일 중요해. 숨 잘 쉬어야 살 수 있잖아?" "의외네요, 숨 쉬기라니." "숨 안 쉬면 어떻게 사니. 숨 잘 쉬어야 잘 살지. 숨 쉬고, 밥 먹고, 일하고, 낙담하고, 기뻐하고, 투닥거리고, 미워하고, 때론 사랑하고, 다시 일하고, 잠들고, 걷고, 숨 쉬고. 이게 기본이지. 잘 자고 잘 먹고 잘 웃기 위해서는... 숨 쉬는 게 기본이야." "숨 쉬기라..." "응, 숨이 잘 쉬어지면, 그때 문제를 마주하며 살아가 면 돼. 문제 없는 인생은 없어. 인생에 문제가 생기면 극복해 나갈 뿐이야. 도망가고 해결하고 그런 게 극복이 아니고, 그 문제를 끝까지 피하지 않고 겪어내는 거. 그게 극복이야." "끝까지 피하지 않는 게 극복이면 너무 힘들지 않나요?" "물론 힘들지. 어렵고. 하지만 그렇게 겪어내고 난 뒤에(p. 69) 그 문제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닌 게 되는 거야. 마음의 얼룩도 그래. 자기 얼룩을 인정한 순간, 더 이상 얼룩이 얼룩이 아니라 마음의 나이테가 되듯이 말이야. 사는 거, 너무 두려워하지 마. 그날까지 살아 있을지도 모르는, 장담할 수 없는 너무 먼 미래의 일도 생각하지 마. 미리 걱정하지 마. 그냥 오늘을 살면 돼. 오늘 하루 잘 살고, 또 오늘을 살고, 내일이 오면 또 오늘을 사는 거야. 그러면 돼."(p. 70).

 

우리는 사랑을 잃으면 울고 아파한다. 하지만 가장 슬픈 건 사랑으로 행복했던 기억들 때문에 그가 미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기억 속 우리는 사랑으로 웃고 있다.(p. 78).

 

"그동안 슬프면 울었어?" "아니요..." "그동안 화나면 화냈어?" "화를 어떻게 내요... 누구한테... "화나게 하는 대상한테 내야지. 슬프면 울고 화나면 화 내고 기쁘면 웃는 거야. 그게 사는 거야. 심심하면 지루한 표정 짓고. 응? 그게 자연스러운 거야." "언니, 저는 사진이 많이 찍혀서....잘못 화내면 인스타 올라가고 기사 날까 봐....흑흑..." 훌쩍이며 말을 하던 은별의 울음이 서서히 그쳐간다. "사진 찍어 올리면 어떠니. 기사 좀 나면 어때. 괜찮아. 다 실수하고 그러는 거지. 실수 한 번 안 하고 어떻게 사니? 그건 사람 아니다." "실수해도 괜찮아요...? 정말요?" "당연하지. 실수해도 돼. 네가 잘못한 거 있음 사과하면 되고, 누가 잘못했음 사과받고 이해해주면 되고. 회복이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받아들이면 돼. 사는 게 어떻게 언제나 완벽할 수 있겠어. 방황하고 흔들리고 실수하고 넘어지고(p. 114). 그래도 다시 일어서고 중심 잡으려고 하고. 그러면 돼. 괜찮아." 지은은 은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토닥토닥 두드린다. 울음이 잦아들자 지은의 두 손을 잡은 은별의 눈을 따스히 마주 보며 말을 잇는다. "있잖아, 다른 사람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스스로를 보살 펴. 힘들 때 좋은 곳 가서 여행도 하고, 화나면 화도 내고, 맛있는 거 먹으며 스트레스도 풀고, 다른 사람 말고 자신을 위해 살아보기를 시작해봐. 그럼 인생이 생각보다 아름답 다. 살 만해." "살.. 만해요? 사실은요, 언니. 저 살고 싶지가 않았어요." "살고 싶지 않을 수 있어. 나도 많은 순간 살고 싶지 않았거든. 그런데 말이야, 살고 싶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살게 되더라. 살게 되니까 살아져. 살아지니까 별거 아닌 일에 가끔 웃게 되고. 웃으니까 또 살아져. 신기하지?" "살아..지니까...웃...어요? 저도 살고 싶어지는 날이 올까요." "음, 그건 아마도 지금 네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그리고 너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지켜야 할 관계는 어디에도 없어. 설령 그게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너 자신보다 중요한 건 없어."(p. 115).

 

정순이 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나던 날, 연자도 같이 따(p. 158)라 가고 싶었다. 하지만 재하, 재하가 있어서 연자는 살아야 했다. 뜨끈하고 작은 핏덩이 재하를 처음 안던 날, 연자는 스스로 죽을 자유 따윈 없어졌음을 알았다. 그리고 산다는 것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여유 따윈 없었다. 태어났으니 사는 것이고 살아 있으니 살았다. 그리고 아직도 살아 있다. 어떻게 그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다 지난 일이지만, 떠올리면 어제처럼 생생하다(p. 159).

 

"사람은 누구나 마음에 상처와 아픔이 있잖아요. 종류가 다를 뿐이지, 누구나 저마다의 상처가 가장 아픈 거 같아요. 어떤 기억은 지우거나 다려서 더 편안해지지 않을까요? 재하가 어머니 마음에 얼룩을 지워드리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이 티셔츠를 입으시고 2층으로 올라가셔서 지우고 싶은 얼룩을 눈을 감고 상상하세요. 그리고 저한테 주시면 깨끗하게 빨래해서 드릴게요." "재하가 그래요? 녀석··. 뭐 그런 거까지 지가 신경을써요... 애면 애답게 굴어야지...' 지은이 건넨 티셔츠를 받아 들고 어린 아기를 대하듯 소중히 품에 안은 연자가 눈물을 글썽인다. 속 깊은 녀석. 재하는 늘 그랬다. 어린 아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웠고 엄마를 챙겼다. 연자는 오히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사탕 사달라고 떼 한번 쓰지 않던 재하가 영화를 하겠다고 했을 때는 내심 기뻤다(p. 165).

 

"행복한 일은 천지에 널려 있어요. 늦잠을 자서 출근해야 되는 줄 알고 허겁지겁 눈을 떴는데 알고 보니 주말이야. 안도하며 눈을 감아요. 마저 자는 잠이 얼마나 달큰한지. 저는 그냥 지금 이런 일상이 좋아요. 불행하다 느꼈던 상처를 지우고 싶던 순간이 물론 많았지만 그날들이 있었으니 오늘이 좋은 걸 알지 않겠어요. 불행을 지우고 싶지 않아요. 그 순간들이 있어야 오늘의 나도 있고, 재하도 있으니까요."(p. 171).

 

"비밀은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이야." 행복은 내면의 빛이다. 손에 닿을 수 없는 높은 하늘이 아니라 마음의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행복은 이미 우리 마음 안에 있다.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 이곳에 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살아갈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지금 살고 있는 오늘에 집중해야 한다. 한 걸음만 오른쪽으로 걸어도 이미 과거다. 한 걸음 앞으로 걸어도 미래가 아닌 현재다. 지나간 과거를 후회하느라, 살아갈 미래에 눈이 멀어 미처 오늘을 보지 못했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과거의 슬픔과 후회를 안고 살아가느라 그리 오랜 시간을 다시 태어나며 살아왔어도 정작 오늘 행복한 적이 없었다. 아니, 행복 할 거 같으면 겁이 나서 도망쳤다. 행복하면 안될 것 같았다. 하지만 사랑하는 엄마 아빠가 원하는 게 정말 지은이 과거에 얽매여 이토록 행복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이었을까?(p. 225).

 

어쩌면 꿈꾸는 일을 현실로 만드는 능력은 굳이 마법을 쓰지 않아도 우리 모두의 삶에서 가능한 능력일지도 모른 다. 삶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가는 힘은 실수하고 얼룩지더라도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주어지는 용기와 특권 같은 게 아닐까. 그렇다면 이 마법은 선택받은 특별한 이에게만 허락된 것이 아니라 당신도 나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다. 모두에게 이 비밀을 알려주려고 지은이 세상에 온 것일까(p. 264).

 

마음 세탁소를 운영하며 지은이 깨달은 사실은. 오늘이야말로 가장 특별한 선물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후회해도 어제는 이미 지나가버렸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은 먼 미래이니 오늘을 살아야 한다. 우리 모두가 공평하게 받은 마법 같은 선물이 바로 오늘 하루다(p. 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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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소설은 사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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