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1-20(화)
 
  • 세상을 바꾸는 힘 - 백경학 저자(글), 문학동네 · 20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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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장애인을 위한 재단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책으로 엮었다. 한 사람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이기에 그를 통해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자신의 인생을 귀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기쁨이 자주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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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대면 알 만한 큰 부자나 신문에 자주 나오는 대기업 대표를 어쩌다 만날 때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푸르메재단이 세워진 직후 초대이사장에 취임한 김성수 주교님을 모시고 큰 자동차회사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매년 많은 사람이 사고와 질병으로 중도장애인이 되지만, 재활병원이라곤 신촌 세브란스재활병원과 서울재활병원만 있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푸르메재단은 환자를 내 가족처럼 생각하는 재활병원 건립 캠페인을 벌이고 있었고요. 독일 뮌헨에 본사를 둔 BMW는 인근 재활병원과 협약을 맺어, 공장에서 일하다 재해를 입은 직원들뿐 아니라 교통사고로 다친 시민들의 재활치료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 하고 있었습니다. BMW처럼 그 회사도 재활병원 건립에 동참해주십사 요청하기 위해 주교님과 함께 방문한 것이었지요. 굴지의 자동차회사가 재활병원 건립에 함께해준다면 화제도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끄리라 기대했습니다. 자동차회(p. 36)사 부회장은 '무엇이든 도와드리겠다'는 태도로 반갑게 주교님을 맞이했습니다. 면담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습니다. 평생 장애인과 살아온 주교님은 "장애인 환자의 재활을 돕는 병원 건립을 도와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하셨죠. 하지만 면담 끝에 돌아온 답변은 "한번 검토해보겠다"라는 형식적인 말뿐이었습니다. 총수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대기업의 구조상 부회장 입장에서는 선뜻 확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빈손으로 나오니 화가 났습니다. "매년 수조 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대기업이 정말 이럴 수 있습니까? 빈손으로 돌려보내려면 왜 불렀는지 모르겠습니다." 울분을 토하는 제게 주교님은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뭔지 아세요. 앵벌이예요. 사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을 위한 공익적 앵벌이지요." 어리둥절해하는 저에게 주교님은 말씀을 이어갔습니다. "절대로 부자가 앞장서 가난한 사람을 돕지 않습니다. 겨우 살 만하거나 조금 부족한 사람이 베푸는 법이에요. 한 번 거절당했다고 낙담하지 마세요. 열 번 전화해야 한 번 만날 수 있고, 열 번 만나야 겨우 마음을 열 수 있습니다. 오늘 잘 설명했으니 그것만으로도 성공한 셈이에요." 주교님은 그렇게 저를 위로하셨습니다(p. 37).

 

2023년 3월, 그녀는 모교인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스물세 살 때 장애를 갖게 됐고 23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 마흔여섯 살에 드디어 모교 교수가 된 것이지요. 그녀는 몹시 행복해했습니다. 이화여대 연구실에 초대를 받은 저는 첫 학기 소감을 물었습니다. 모교라서 느끼는 안정감이나 후배들을 만날 때의 기쁨 같은 얘기를 하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삶에 관한 철학적인 깨달음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23년 전 그날의 사건 이후, 늘 '사고를 당했다'고 생각하고 이야기해왔습니다. 음주운전을 한 가해자가 낸 사고의 피해자(p. 67)라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제가 더이상 사고의 피해자로 살아가선 안 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오랜 시간 동안 사고가 있었던 그 자리와 시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운명이라고 비관해왔습니다. '이게 다 그놈 때문이야' 하고 원망하며 남은 삶을 마감할지 아니면 새롭게 만날 것들에 감사할지 결정해야 했습니다. 사고를 당하고 헤어지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지만 저는 이제 잘 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답을 듣자 이지선 교수가 큰 깨달음을 얻은 스승처럼 느껴졌습니다. "인생은 동굴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으면 출구가 보이는 터널"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계속되길 바랍니다. "사는 게 맛있다"고 말하는 그녀가 있어서 행복합니다(p. 68).

 

김소월과 정호승,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 시인들

"누구에게나 소설은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다"라는 글귀를 어디선가 읽은 것 같습니다. 몇 년 전 뵈었을 때 선생님에게 혹시 올 해 소설을 쓸 계획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젊은 시절에는 소설이 그렇게 쓰고 싶었습니다. 다니던 회사까지 그만두고 7년 동안 소설 쓰기에 몰두해봤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인생의 중요한 시기인(p. 74) 40대를 허비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문학 장르는 다양하죠. 저에게는 소설이 맞지 않고 그보다 시적 기질이 있음을 깨닫게 됐어 요. 소설에 대한 아쉬움은 산문집이나 우화소설 집필로 대신하고 있습니다."(p. 75).

 

진정성의 힘

강 변호사님으로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이 있습니다. 하나는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학연과 지연을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안 그러면 이로 인한 병폐로 한국 사회가 망할 것(p. 94)이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하나는 선진적인 기부문화가 확대되려면 전근대적인 상조문화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려면 결국 자식과 핏줄에 대한 애착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하셨죠. 명문 경기중, 경기고와 서울대를 졸업했지만 학교와 동문 이야기가 나오면 "같은 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끼리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풍토가 우리나라를 망쳤다"고 성토하곤 했습니다. 실제로 변호사님은 부모상과 딸 결혼식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습니다. 부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님도 부친상을 당하고 해외출장 일정을 모두 소화한 사실이 알려져 화제가 되었는데 그야말로 부창부수라는 생각이 듭니다(p.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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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다른 사람의 인생 서사는 교훈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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