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6-08-16(일)
 
  • 서민의 기생충 열전-서민 저자(글), 을유문화사 · 201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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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서민의 기생충 열전』. 기생충학과 교수이자 칼럼니스트인 서민교수가 네이버캐스트의 글을 바탕으로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기생충에 대해 풀어낸 책이다. 우리 몸속에 들어와 살 수 있는 기생충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부터 나쁜 기생충, 이로움을 주는 기생충 등을 살펴본다.이 책은 사람에게 감염되어 병을 일으키는 기생충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면서 기생충이 어떻게 자라고, 어디로 이동하며, 어떤 경로로 감염되고, 어떤 증상을 일으키는지를 설명하고, 감염 여부는 어떻게 알아내고, 치료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한 기생충들에 얽힌 신비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아낸 이 책은 기생충 예방부터 감염 증상, 치료 방법, 위험성은 물론이고, 기생충의 역사부터 기생충으로 고칠 수 있는 병까지 독자들이 몰랐던 부분을 흥미롭게 살펴본다. 독자들이 기생충에 대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깨고 기생충의 다양한 특성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교보문고.


기생충에 대해 모르던 것을 알아 흥미로웠다. 앞으로 기생충 책을 더 찾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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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의 억울함을 풀어 준 회충 알

모든 동물은 자신만의 고유한 회충을 갖는다. 사람은 사람회(회충), 개는 개회충, 고래는 고래회충 이런 식인데, 사람이 고래회충 알을(p. 34) 먹으면 그 알이 유충으로 자라 위를 물어뜯을지언정 절대 성충이 될 수 없다. 사람에서 성충이 되어 알을 낳는 건 오로지 회충 알뿐,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예외가 있다. 크럼프턴 박사에 따르면 "회충의 유행지에서 회충과 돼지 회층의 교차 감염이 일어나고 있" 단다. 다시 말해서 돼지회충 알을 먹으면 사람 몸에서 성충으로 자라 알을 낳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돼지회충의 알은 회충 알과 형태학적으로 구별이 불가능하고, DNA 서열도 99퍼센트 일치한다. 이쯤 되면 이 두 기생충의 조상이 같다는 생각을 해 봄직하다. 실제로 기생충학계에서는 회충과 돼지회충이 원래 한 종이었다가 나중에 둘로 분리됐다고 추측하고 있다. 그렇다면 최초의 숙주는 무엇이었을까? 사람의 회충이 돼지로 간 것일까, 아니면 돼지회충이 사람에게 간 것일까? 사람들은 원래 나쁜 건 다 돼지 탓을 하기 마련, 클릭스란 사람이 이에 대해 명쾌하게 답했다. "원래 돼지회충이 있었는데, 신석기시대인가 구석기시대인가 사람이 돼지를 기르게 되면서 돼지회충이 사람에게 전파된 거다. 멧돼지를 봐. 전부 돼지회충에 걸려 있잖아? 이건 돼지를 사육하기 전부터 돼지회충이 있었다는 얘기다."(p. 35) 인간이 돼지를 기르기 시작한 것은 대략 9천 년 전이라고 한다. 중동에서 멧돼지를 잡아다 집에서 키운 게 그 효시이며, 그 후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로 퍼져 나갔다고 한다. 실제로 2만 5천 년 전 유적을 보면 사람들이 멧돼지를 사냥하러 다니는 벽화가 있으니, 그 이전에는 돼지를 기르지 않았던 게 확실해 보인다. 만일 돼지가 회충의 기원이 되는 숙주라면, 그래서 돼지를 기르면서 돼지회충이 사람에게 넘어온 것이라면, 9천 년 이전의 화석에선 회충 알이 발견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클릭스에게 무척이나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프랑스의 아르시쉬 르퀴르라는 지역에서 오래된 동굴이 발견됐는데, 거기서 회충의 알이 발견됐다. 벽화 몇 점이 남아 있는 그 동굴은 대략 3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었고, 돼지의 흔적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답은 나왔다. 사람이 원래 회충을 가지고 있었고, 그러다 돼지를 키우게 됐다. 먹성이 좋은 그 돼지는 사람의 변을 먹었을 테고, 사람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돼지의 장에서 회충 알이 부화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회충과 돼지회충은 각각 다른 종으로 독립했다. 돼지를 기르지 않았던 아프리카 누비아 유적의 미라에서도 회충 알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은 돼지회충을 전파한 이가 인간이었음을 말해 준 다. 고기생충학이 아니었다면 돼지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쓸 뻔했다(p. 36).


요충의 진단과 치료

항문 주위에 알을 낳는 특성 때문에 요충의 진단은 대변검사로는 안 된다. 물론 마릿수가 많으면 대변으로도 요충 알이 나올 수 있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항문 주위를 스카치테이프로 붙였다 뗀 뒤 알이 묻었는지를 검사해야 한다. 또한 아이의 팬티를 검사하던 어머니에 의해 엄마 요충이 발견됨으로써 진단되는 경우도 흔하다. 한 마리의 요충이 팬티 안에 있다면 아이의 몸속에는 보다 많은 요충이 있을 수 있으니, 벌레를 죽였다고 안심하지 말고 치료를 받는 게 좋다. 요충은 회충약으로 잘 치료되나, 여기에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로 약을 한 번 먹고 나서 20일 뒤에 다시 약을 먹어야 한다는 것. 사람 몸속에 있는 요충은 그 발육 시기가 다 다르기 마련이어서 다 자란 어른부터 알에서 깨어난 지 10일 된 어린 요충, 20일 된 어린 요충 등등이 섞여 있다. 그런데 어른 요충들은 회충약에 아주 약해 금방 죽는 반면 어린 요충들은 약이 잘 듣지 않는다. 요충은 대개 알에서 깬 지 한 달 내외면 어른이 되니, 10일 된 어린 요충이 어른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회충약을 먹이면 몸에 있는 요충을 거의 다 죽일 수가 있다. 두 번째, 감염된 사람만 치료하는 게 아니라 가족 전체, 또는 유치원 아이들을 전부 다 같이 치료해야 한다는 거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요충에 걸린(p. 73) 아이가 하나 있다는 건 그 엄마, 아빠도 요층이 있다는 얘기가 되고, 유치원에서도 애 하나만 치료해 봤자 다른 애들의 몸에 있는 요층이 그 아이에게 다시 옮겨 오는 건 시간문제인지라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붙잡아다 회충약을 먹이는 게 좋다. 셋째, 위생 관리와 내부 청소를 열심히 해야 한다. 한 의사가 내게 이런 메일을 보냈다. "가족 모두한테서 요충이 나와서 회충약을 썼어요. 20일 간격으로 두 번씩, 세 사이클을 돌렸는데도 치료가 안 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선생님은 요충이 약제에 저항성을 나타내는 게 아닌지 의심했지만, 아직까지 요충이 회충약에 안 들은 경우는 없다. 그보다는 집안 어딘가에 요충의 감염원이 있어서 계속적으로 재감염이 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밥을 먹기 전에는 손을 꼭 씻는 습관을 갖도록 하고, 요충 알은 열에 아주 취약하니 아이의 손이 닿은 곳이라면 어디든 증기 청소를 하는 게 좋다. 아이가 덮고 자던 이불까지 깨끗이 소독을 하고 나야 비로소 요충의 공포로부터 안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주변에 엉덩이를 자주 긁는 사람이 있다면 되도록 멀리하자(p. 74).


편충, 크론씨병의 구세주

학자들은 생각했다. 자가면역질환의 증가가 기생충이 없어져서 생긴 게 맞다면, 기생충을 다시 감염시켜 면역계를 달래 주면 좋아질 게 아닌가? 학자들이 원한 건 이런 기생충이었다. 크기가 어느 정도 돼서 면역계를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가 되면서(p. 100)기생중 자체에 의한 병변이 적은 놈. 오래 생각할 것도 없었다. 그들은 일제히 외쳤다. "편충!" 하지만 편충이 사람 몸에서 흡혈을 했던 전력이 문제가 됐다. 게다가 수명도 3년이면 너무 길었다. 그래서 결국 선택된 것이 돼지편충이었다. 사람편충과 돼지편충은 형태학적으로 거의 구별이 안 갈 정도로 가까운 친척 관계인데, 사람편충과 달리 돼지편충은 흡혈도 거의 안하고 두세 달 동안 조용히 있다가 나가 버리는 쿨함도 가지고 있었다. 학자들은 크론씨병을 앓는 환자들을 모집했고, 그들에게 3주마다 돼지편충 알을 2천5백 개씩 먹였다.(양으로 따지면 물 한 방을 정도밖에 안 된다). 결과는 놀라웠다. 4개월을 그렇게 하자 75퍼센트가 증상이 좋아졌고, 65퍼센트는 내시경으로 완치 판정을 받을 정도였다. 8개월이 됐을 때 완치 판정을 받은 이는 72퍼센트였다. 이 결과에 학자들은 크게 고무됐고, 그 후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크론씨병뿐 아니라 다발성 경화증 등 다른 질환에도 돼지편충 요법을 시도 중인데, 현재까지 결과는 긍정적이며, 아직까지 돼지편충으로 인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대대적으로 환자들에게 적용시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4개월 정도 이 치료를 받는 데 400만 원의 돈이 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p. 101) 돼지편충 알을 만들 수 있다면 이 비용이 절감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치료법을 쓰고 난 뒤 재발하는 경우가 없는지도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확실한 건 마땅한 치료법이 없던 크론씨병에 있어서 돼지편층 요법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 연구가 좀 더 진행된다면 최소한 크론씨병에 있어서는 편충 알이 복음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 같다. 인체에게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았음에도 늘 욕만 먹던 편충, 그날이 오면 편충도 비로소 웃을 수 있으리라(p. 102).


와포자충의 치료와 예방

기생충의 좋은 점은 약이 아주 잘 듣는다는 것. 하지만 이 와포자충은 예외라, 아직까지 와포자충을 치료하는 특효약은 나오지 않았다. 현재 FDA가 효과가 있다고 인정한 건 니타족사니드가 유일(p. 118)한데, 이것도 감염 기간을 줄여 주는 게 고작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와포자충의 치료는 환자가 탈수에 빠지지 않도록 수분을 공급하고 전해질 균형을 맞춰 주면서 환자의 면역이 작동해 와포자충을 격퇴해 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1995년 백혈병 치료를 받던 어린아이는 와포자충으로 인해 물설사를 하자 할 수 없이 항암 치료를 중단했고, 그로부터 2주쯤 뒤 설사가 완전히 멎은 후 다시 항암 치료를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야 와포자충 감염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롭지만, 다른 나라는 그렇지 못하다는 걸 상기하자. 외국에 나가면, 그게 설령 스웨덴이나 미국이라 할지라도, 물을 끓여 먹거나 메이커 있는 생수를 사 먹길 권한다. 좋은 물을 먹는 데 돈을 쓰는 것이 체류기간, 혹은 우리나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물설사를 쭉쭉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일 것 같아서다(p.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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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421】 우리 몸에는 기생충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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