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부터 준비하는 우아한 엔딩-마쓰바라 준코, 신찬 옮김. 동아앰엔비 2021

《장수 지옥》은 결론적으로 웰 다잉을 위해 웰 리빙을 실천해야 함을 알려주는 책이다. ‘크로와상 증후군’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을 만큼, 여성 및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담은 책을 발표해온 마쓰바라 준코가, 일본의 초고령사회를 ‘장수 지옥’에 비유하면서, 연명치료의 양면성 및 재택 의료, 유료노인홈, 특별양호노인홈, 일본존엄사협회, 네덜란드 안락사협회 등 복지 현실 및 장수의 실상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장수의 현실과 죽음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진지하게 담아냈다. 회복이 불가능하고 음식 섭취가 불가능할 때 생명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 연명치료를 받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미리 결정하는 리빙 윌, 더 이상 희망이 없는 환자를 본인의 희망에 따라 고통이 적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안락사, 과도한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며 목숨을 끊는 존엄사까지 죽음을 선택하는 여러 가지 방법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생각이 담겨 있다. 저자는 독거노인이 증가하는 일본에서 끝을 알 수 없는 장수 인생은 그야말로 지옥이라고 한다. 초고령사회로 돌입한 지금이야말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닫고 겸허하게 죽음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자신의 좋은 죽음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가족을 따뜻하게 배웅하기 위해서라도 삶의 끝을 병원이나 의사에게 맡기지 말고 자기 스스로 결정하기를 바라는 저자의 현실적인 조언을 만나볼 수 있다.-교보문고.
장수지옥 시대가 됐다. 건강하게 살다 죽어야 한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는 치료가 아니다. 죽을 생명을 죽지 못하게 할 뿐이다. 중환자실에서 온갖 약물처방과 치료, 수술을 받다가 죽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날 때가 있으면 죽을 때가 있다. 그 때를 잘 준비하다가 때가 되면 잘 떠나야겠다.

60대라면 누구나 치매가 두렵다. 나도 예외가 아니며 치매로 판단력을 잃는 것은 암 선고보다 두렵다. 이렇게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가능하다면 암으로 죽고 싶다는 게 내 솔직한 심정이다. 왜냐하면 암에 걸리면 대략 수명을 알 수 있어서 정신이 온전한 동안에 임종을 준비할 수 있다. 젊다면 암을 이겨낼 수도 있지만 환갑이 지나서까지 온전하지 못한 정신으로 계속 산다는 건 너무나 끔찍하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치매는 무섭지 않아.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는걸?"이라고 말했는데, 지금은 이 말을 주워 담고 싶다. 여기서 확실히 말해두고 싶다. 다른 사람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나 자신을 잃는 게 바로 죽음을 의미한다. 내 절친은 환갑이 되기 몇 개월 전에 말기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병마는 본인도 놀랄 정도로 빠르게 일상생활을 잠식해갔다. 친구는 어느 날 허리가 아파서 구급차에 실려 가 병원에 입원했다. 이메일로 압박골절인 듯하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얼마 후 휴대전화로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가족에게 연락했더니 말기 암 판정으로 시(p. 28)한부 진단을 받았고 앞으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은퇴하면 같이 놀러 다니다가 노후에는 함께 살자" 고 할 정도로 친한 친구였는데, 소식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했다. 불과 얼마 전에 같이 밥도 먹었는데, 그게 마지막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친구라 본인이 가장 허무하겠지만, 너무 좋은 친구였기에 이렇게 황망히 떠나다니 신이 원망스러웠다.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 한동안 힘든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70세까지 산 지금 그 친구를 생각하면, 환갑은 좀 이른 감이 있지만 오래 고생하지 않고 죽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 마음이 복잡하다(p. 29).
서구권에는 없는 위루관 수술
일본에서는 위루관 수술이 표준적인 조치로 인식되지만 서구권에서는 일반적으로 잘 하지 않는 수술이 다. 2015년에 네덜란드로 고령자 주택 등을 시찰하러 갔을 때 그곳에는 '연명치료'라는 개념조차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식도에 문제가 있는 환자에게 일시적으로 위루관 수술을 하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회복을 위한 일시적인 조치이며 고령자의 연명을 위해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위루관 수술을 비롯한 연명치료가 일반적이지 않은 이유는 삶과 죽음에 대한 사고방식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서구인은 일본인과 다르게 어릴 때부터 생명과 죽음에 대해 배우기 때문에 자신만의 사생관이 명확하다. 일본인은 예전부터 죽음을 두려워하며 터부시해왔고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꺼려하며 애써 외면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이는 자신의 죽음뿐만 아니라 가족의 죽음에 대해 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부모가 위독하면 '살려주세요' 라고 의사에게 애원한다. 연명치료가 당사자에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는(p. 51) 생각하지 않고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가족으로서의 감정만 주장한다. 그리고 살리는 일이 애정이라고 착각한다. 위루관 수술이 만연한 배경에는 의사나 병원에도 문제가 있지만 가족들의 바람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좀 심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가족이 무지하기 때문이다. 연명치료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비극이다. 일본인은 노인이 되면 침대 생활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북유럽의 노인들에게는 침대 생활이 존재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다른 걸까? 물론 세상에는 훌륭한 병원도 있고 존경할 만한 의사도 많다. 그렇다고 무슨 일이든 의사에게 맡기는 건 문제가 있다. 고령자라면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기 때 문에 연명치료에 대해서는 반드시 생각해둬야 한다. 그렇 지 않으면 자신도 가족도 불행해진다. 건강할 때 올바른 지식을 익혀둬야 나중에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지킬 수 있다. 자녀들 또한 부모를 사랑한다면 "살려주세요"라며 의사의 팔을 붙들지 말고 올바른 지식을 갖추도록 하자. 앞서 말한 것처럼 유럽에서는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p. 52)할 수 없는 고령자에게 위루관 수술을 하지 않는다. ‘사람이 입으로 음식을 먹지 못하면 죽을 때가 되었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죽게 해주는 일'이 그들의 문화이고, 그런 가치관이 생활 속에 녹아 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는 게 의사를 맹신하는 일본과 크게 다른 점이다. 다시 말해 일본인의 대부분은 사생관이 없기 때문에 의사라는 전문가에게 의존한다. 죽음에 이른 사람을 자연스럽게 죽게 둘 것인가? 아니면 연명치료로 죽지 않게 할 것인가? 당신이 건강한 바로 지금 연명치료에 대해 확실히 공부해두자(p. 53).
여담이지만 장의사에 따르면 연명치료를 받다가 죽은 사람은 자연사한 사람보다 무겁다고 한다. 연명치료로 인해 몸속에 수액이나 영양분 등 수분이 차기 때문이다. 또 연명치료를 받은 주검은 얼굴 표정도 험악해서 가족이 봐도 놀랄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정성스럽게 화장을 해야 한다고 한다. 장의사는 시신을 보면 그 사람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마지막을 보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반면 자연사를 하면 시신의 얼굴도 온화한 표정이라고 한다(p. 57).
연명치료란 무엇인가?
대개 ‘연명치료’라고 하면 ‘인공호흡기’, '위루관' 등이 먼저 떠오른다. 연명치료란 '근본적인 치료나 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임종기 환자가 생명을 유지하고 연명하도록 하는 치료(일본대백과전서)를 말한다. 따라서 실제 연명치료에는 다양한 의료 처치가 포함된다.
• 연명치료 방법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사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런데 다들 연명치료가 무엇인지 재대로 알고 거부하는 걸까? 연명치료와 관련된 의료 처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확인한 후에 자기 의사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p. 76). 연명치료는 주로 다음과 같은 처치를 포함한다.
① 심폐소생
심장이나 호흡이 정지했을 때의 치료 수단. 심장 마사지, 전기 쇼크, 기관내 삽관 등이 있다. 뼈가 약한 고령자에게 심장 마사지는 갈비뼈골절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한번 심장이 멈추면 다시 뛰게 해도 뇌사나 식물인간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다.
② 기관절개
기도가 혀에 막혀 질식 상태거나 뇌사 상태일 때 목에 구멍을 뚫는 처치.
③ 인공호흡기
자가호흡이 불안정할 때 호흡을 돕는 장치.
④ 강제 인공영양
입으로 음식물을 섭취할 수 없을 때 강제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방법을 말하며 비위관, 위루관, 중심정맥영양 등이 있다. 튜브 삽입에 따른 불쾌감을 비롯해 회복 및(p. 77) 생활의 질(qualty of ife)을 고려해야 한다.
⑤ 수분 보급
입으로 수분을 섭취하지 않으면 탈수 상태에 이르므로 손이나 다리의 정맥에 수액 주사를 처치한다. 방법으로는 말초정맥수액, 대량피하주사 등이 있다. 나이가 들면 혈관이 약하기 때문에 주사 놓을 곳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대량피하주사의 경우 수액의 속도가 빠르면 통증을 유발하므로 가능한 한 속도를 줄여야 한다.
⑥ 인공투석
신장이 기능하지 않을 때 신장을 대신해 혈액을 정화하는 의료 행위로, 단시간에 체내 환경이 급변하므로 고령자에게는 큰 부담이다. 일단 한번 시작하면 죽을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⑦ 수혈
피를 토하거나 혈변 증상이 있을 때는 수혈이 필요하다. 하지만 위나 장의 말기 암은 지혈이 어려워서 결국 의미 없는 수혈을 반복해야 한다(p. 78).
⑧ 강력한 항생제 사용
오연성 폐렴이 반복되어 일반적인 항생제로 처치가 안 될 때 한층 강한 항생제를 사용한다.
• 장점과 단점
연명치료의 장점은 문자 그대로 조금이라도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부분 고통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완치할 수 없으므로 이전처럼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 또 연명치료는 한번 시작하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예를 들어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면 사망할 수 있으므로 도중에 제거할 수 없다. 또 연명 치료로 오래 살면 살수록 의료비 부담이 커진다. 삶을 어떻게 마감할지는 오롯이 본인 혼자서 결정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건강할 때 충분히 생각해 두어야 한다(p. 79).
개인적으로는 고독사야말로 이상적인 죽음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죽음이 일상생활의 연장선상에 있기(p. 133) 때문이다. 고독사는 죽음의 공포를 의식하지 않고 생활 하다가 홀연히 저세상으로 떠날 수 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자연스러운 죽음인 것이다. 게다가 쓰러져도 구급차를 부를 사람이 없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다. 이런 죽음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죽음이 아닐까? 지금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으며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텐데, 죽음이야말로 혼자 맞는 게 이상적이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나는 조용히 떠나고 싶다. 병원으로 실려 가서 온갖 검사와 치료를 받다가 고생하며 떠날까 봐 두렵다(p. 134).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인지 사람마다 천차만별일 테니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잘 죽고 싶다면 잘 살아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삶을 사는 게 중요하다. 신의 영역인 죽음은 삶의 연장선상에 있다.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 서로 으르렁거리는 가정(p. 195)에서 자란 사람, 독신이지만 친구가 많은 사람, 독신은 아니지만 마음의 문을 닫고 사는 사람, 쓰러져 있는 사람을 보고 지나치는 사람, 도움이 필요할 때 곧장 달려와 주는 사람, 아무렇지도 않게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사람, 노인을 보면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 등 사람은 정말 로 다양하다. 삶이 평범하더라도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지금을 즐기자(p. 19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