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1-11(토)
 
  • 검찰국가의 배신 - 이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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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검찰공화국이 그의 무도한 12 · 3 비상 계엄령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향해 가고 있다. 12월 31일 그에게 구속 영장이 발부됐다. 이 대명천지 민주공화국에서 계엄령이라니. 나는 그 날 지방에 있었다. 늦은 밤 아내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유튜브를 통해 계엄군이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것을 봤다. 밤새 뜬눈으로 국회의원들이 계엄령 해지 결정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계엄령은 모든 일상이 중지되고 대통령이 군대를 통해 무력통치하는 것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정신없는 가운데 연말을 보내며 이 책을 발견하고 읽었다. 윤석열이 국가가 부여한 검찰의 권력을 어떻게 사적으로 사용했는지, 그리고 검찰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위험한 조직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더 이상 검찰이 국정을 좌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검사 출신도 안 된다. 검찰은 한 몸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 접대와 금품수수 건을 어떤 식으로 왜곡시켰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일에 여러 사람들이 연관되어 그들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2024년 5월 31일 발간됐다. 

 

경찰이 가진 권한은 오로지 국민을 위해 공정하고 상식에 맞게 사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검찰이 지켜야 할 핵심 가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의 핵심 가치를 내세워 정권을 잡았다. 민심은 그런 윤석열 정권에 공정과 상식을 기대했다. 그러나 '김학의 불법 출금 의혹'과 '고발 사주' 사건 등에서 보듯 윤석열 사단이라 불리는 소수의 특수부 출신 검사들이 장악한 정권은 지금 국민의 기대를 아무렇지도 않게 배반하고 있다.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은 짓을 버젓이 저지른다. 민심을 배반하는 검찰정권은 2024년 4 · 10 총선에서 혹독한 중간평가를 받았다. 민주화 이후 집권 여당이 개헌저지선(101석)을 조금 넘는 의석으로 참패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윤 석열 정권의 '검찰통치'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특히 “검찰개혁”을 핵심 공약으로 내건 조국혁신당이 창당 한 달여 만에 제3당(12석)이 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4 · 10 총선은 민심이 대통령과 여당뿐만 아니라 검찰까지 심판한 선거였다. 검찰정권의 출범으로 물 건너간 듯했던 검찰개혁의 시간이 다시 온 것이다. 검찰정권에서 검찰을 개혁하는 것은 문재인 정권 때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철옹성 같던 군사독재정권도 시민의 거듭된 저항 끝에 결국 무너졌다. 민주주의를 향한 꺾이지 않는 마음이 그 출발점이었다. 검찰정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pp. 227-228).

 

'뺄셈 수사'를 한 박근혜 검찰

김학의 사건에 대한 검찰의 1차 수사(경찰 수사 지휘)와 2차 수사 (직접 수사)는 애초 사건의 구도에 대한 접근부터 잘못됐다. 이 사건은 크게 두 종류의 범죄로 구성된다. 하나는 검찰 고위 간부가 오랜 기간 스폰서 관계를 맺고 있는 건설업자에게서 성 접대를 받은 전형적인 '뇌물수수 사건'이다. 다른 하나는 피해 여성들을 별장으로 유인해 집단 성폭행을 저지른 '성폭력 사건'이다. 그런데 검찰은 여기서 뇌물수수 혐의만 쏙 뺐다. 왜 그랬을까. 건설업자 윤중천이 접대한 검찰 고위 간부는 김학의 말고도 여럿 있었기 때문에 뇌물수수 사건으로 접근하게 되면 다른 검찰 간부들도 무사하지 못하게 된다. 검찰에 쏟아질 비난도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검찰로서는 이 사건이 뇌물수수 사건으로 비화하는 게 전혀 달갑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뇌물수수 사건으로 접근하면 김학의를 봐주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뇌물수수 사건은 김학의 대 윤중천과 피해 여성들'의 구도로 수사가 진행된다. 윤중천과 성 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이 한쪽에 있고 그 반대권에 김학의가 있는 구도다. 이 구도에선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했는지, 운중천의 강압에 의해 성 접대에 동원됐는지에 관한 진술은 김학의의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하는 것과 별 상관이 없다. 운중천의 혐의가 추가될 뿐, 김학의가 성 접대를 받은 범죄사실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반면 성폭력 사건에서는 '김학의와 윤중천 대 피해 여성들'로 수사 구도가 짜인다. 따라서 여성들의 성폭행 피해 진술만 무력화하면 쉽게 김학의를 봐줄 수 있다. 여성들의 진술이 믿을 만 하지 않다면 김학의와 윤중천에게 성폭행 혐의를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실제로 여성들의 진술 신빙성을 탄핵하는 데 집중했다. 마치 여성들의 진술이 허위라는 걸 밝혀내려고 작정한 듯했다. 물론 성폭행 수사에서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중요하기 때문에 진술의 신빙성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검찰의 판단이 성폭력 범죄에 대한 왜곡된 시각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다. 성 접대에 동원된 여성들이 '피해자답지 않다'는 이유로 이들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결론 낸 것이다(pp. 48-49).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의 몽니

김학의 사건 재수사가 실패한 또 다른 원인은 검찰과거사진상 조사단의 내분이다. 조사 실무를 담당한 조사팀의 내분은 이 사건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어렵게 했을 뿐 아니라, 훗날 김학의에 대한 긴급출금을 불법으로 몰고 간 검찰 수사에 동력을 제공하기도 했다. 내분은 성폭력 피해 여성 진술의 신빙성을 둘러싼 이견에서 시작됐다. 성폭력 진위 여부를 피해 여성의 ‘피해자다움’에서 찾으려는 수사기관의 고질적 병폐가 조사단에서도 반복된 것이다. 특히 잘못된 수사를 파헤치는 능력이 뛰어난 '재심 전문변호사'가 오히려 수사기관의 이런 시각에 동조한 것 은 아이러니였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등의 재심 사건 변호인으로 잘 알려진 박준영 변호사가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원에 위촉된 것은 2018년 2월 조사단 출범 때였다. 박준영은 애초 그가 맡고 있던 재심 사건들이 검찰 과거사 진상조사 대상 사건으로 거론되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충돌 논란을 의식해 조사단 참여를 망설였다. 하지만 '본인 사건은 회피하고 다른 사건들만 조사하면 되지 않느냐'는 검찰 쪽의 설득을 수용해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이 위 촉한 36명의 조사단원에 포함된다(pp. 58-59). 

문재인 정권이 김학의 사건을 검찰개혁의 불쏘시개로 활용했다는 주장은 언론 인터뷰에서라면 몰라도 법정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증인으로 출석한 2022년 11월 11일 공판에 서 똑같은 주장을 했다. 물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전혀 대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가 이 주장과 관련해 직접 경험한 사실이 없었기 때문이다. 박준영은 불과 한 달여 기간에 불과한 경험과 단체 채팅방 '눈팅'으로 얻은 조각난 정보를 바탕으로 추측에 추측을 더했다. 재판장은 박준영의 진술이 증거로서 가치가 있는지 직접 확인에 나섰다(p. 184).

 

검찰의 희망 임은정 검사

검찰이 자기 조직에 대한 도전을 응징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합리적 토론은 아예 배제하고, 상대를 문제아'나 '조직부 적응자'로 만들어 따돌림을 당하게 만든다. 이런 방식으로 해결 될 것 같지 않은 상대는 '악마화'하여 척결해야 할 대상으로 만든다. 이광철이 바로 악마화된 대표적 피해자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선임행정관은 대통령의 참모로서 청와대의 의사 결정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각 부처의 업무가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맞지 않을 때 얼마든지 의견을 낼 수 있다.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의견이 다르면 토론을 통해 이견을 해소하려고 노력하는 게 바람직하다. 하지만 검찰은 대화나 토론할 생각은 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힘을 이용해 이광철을 제압하려고 애썼다.

검찰 조직에서 일어난 또 다른 대표적 '문제아 만들기' 사례는 임은정 검사에 관한 것이다. 임은정 검사는 2012년 과거사 사건 재심 공판에서 상관의 백지 구형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죄 를 구형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았으나, 2017년 대법원에서 징계 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무죄가 선고 되어야 할 재심 사건에서 검사가 무죄를 구형한 것은 징계받을 행위가 아니라는 판결이었다. 그러나 검찰 수뇌부는 '내부고발자' 역할을 자임한 임은정에게 징계를 내렸을 뿐만 아니라 그를 다양한 방식으로 괴롭혔다. 대표적인 것이 검사 적격심사 제도였다. 적격심사는 검찰총장을 제외한 모든 검사에 대해 임명 후 7년마다 심사를 받도록 한 제도다. 대부분은 심사를 통과하지만, 일부 극소수 검사들은 따로 심층 적격심사 대상으로 분류된다. 분류된 이들은 특별사무감사를 받게 되는데, 만약 감사 결과 해당 인물에게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안이 적격심사위원회로 넘어가고, 여기서 의결을 거쳐 퇴출 여부가 결정된다. 검찰이 2004년 이 제도를 도입한 이래 적격심사에서 탈락한 검사는 2014년 임은정의 무죄 구형을 지지하는 글을 내부게시판에 올린 박 아무개 검사가 유일했다. 그는 이 조처에 불복해 낸 소송에서 승소해 2018년 4월 복직했다. 이처럼 적격심사 제도는 검찰 수뇌부에게 눈엣가시 같은 검사를 쫓아내기 위한 제도로 악용돼 왔다. 검찰은 임은정을 2016년과 2023년 두 차례나 적격심층심사 대상에 올렸다. 그가 과거 법무부에 의해 '우수 검사'로 선정되는 등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점을 고려하면 명백한 표적 심사였 다. 임은정은 "나는 혼외자도 없고 별장 성 접대를 받지도 않았다. 그런 분들이 검찰총장, 법무부 차관도 하는 걸 문제 삼은 내가 번번이 (적격심사에) 회부되는 게 과연 옳은가. 누가 누구의 적격을 심사한다는 건지 황당하다"라는 뼈 있는 말을 남겼다(pp. 127-129).

 

배신자 검사 윤대진

윤대진은 김학의 긴급출금 과정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김학의가 출국을 시도한다는 사실을 법무부 법무실장 (이용구)을 통해 전달받고 곧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조국)과 검찰 총장(문무일), 대검 차장(봉욱)에게 연락했다. 검찰 업무와 관련해 긴급하고 중대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주요 의사 결정권자에게 신속하게 상황을 전파하고 대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검찰국장의 고유한 역할이다. 윤대진은 거의 완벽하게 그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검찰 수사를 받을 때 김학의 출금과 관련해 했던 일들을 전면 부인했다. 다른 관련자들의 진술과 객관적 상황에 의해 뒷받침되는 자신의 언행을 "기억이 안 난다"라는 말로 애써 부정했다. 이는 검찰 수사의 불똥이 자신에게 튀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려는 전략이었다(p. 169).

 

왜곡의 나팔수 조선일보

일부 언론은 이를 빌미로 1심 재판부를 맹비난했다. 대표적인게 《조선일보》다. 이 신문은 사설에서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그를 단죄하는 과정에서 적법 절차를 따르는 것이 법의 대원칙이 라고 강조하며, 난데없이 미란다 원칙을 들고나와 판결을 비판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이 사건의 본질을 교묘하게 왜곡한다. 검찰이 제 식구에 대한 노골적인 봐주기 수사로 국가의 사법 질서를 왜곡해 놓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던 이들에게 보복 수사를 한 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조선일보》의 비판은 실체적 정의를 좇는 과정에서 생긴 절차적 흠결을 마치 이 사건의 본질인 것처럼 호도한다. 엉뚱하게도 절차적 정의를 상징하는 미란다 원칙이 여기에 소품으로 이용됐다(pp. 203-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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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토크】 예견된 검찰공화국의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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